세계 최대 소비재기업 P&G 對 기업사냥꾼 펠츠, 역대 최대 규모 '위임장 대결'…결과는?

방성훈 기자I 2017.10.11 09:43:05

주주총회 표결 결과 P&G가 1% 미만 차이로 '판정승'
펠츠 "최종 결과 기다릴 것"…패배 부인
펠츠 이사회 1석 확보 vs P&G 방어…총 680억원 쏟아부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행동주의 헤지펀드 트라이언펀드매니지먼트를 이끄는 넬슨 펠츠 회장과 세계 최대 생활용품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 간 벌어진 역대 최대 규모의 ‘위임장 대결(proxy fight)’에서 P&G 측이 승리를 거뒀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미 오하이오주(州) 신시내티 P&G 본사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는 펠츠 회장의 이사회 합류 안건에 대한 표결이 진행됐다. 400명 이상의 주주 등이 표결에 참석했으며, 예비 집계 결과 P&G 측이 1% 미만의 표차로 승리했다. 기존 이사회 멤버 11명 모두 재선에 성공한 것.

하지만 펠츠 회장은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면서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표차가 미미한 만큼 뒤집힐 가능성에 베팅하겠다는 것이다.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일에서 수주가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트라이언펀드는 약 35억달러(약 3조9725억원) 규모의 P&G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월부터 사업부문 재편과 더불어 펠츠 회장의 이름을 이사회에 올릴 것을 주문해 왔다. P&G는 시가총액 2220억달러(약 249조1280억원)로 위임장 대결 표적 기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국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한 곳을 흔들어놨다는 것만으로도 펠츠 회장의 도전은 주주 행동주의 운동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펠츠 회장과 P&G는 이번 위임장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미 전역을 돌아다니며 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했으며, 이 과정에서 무려 총 6000만달러(약 681억원)의 비용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펠츠 회장이 약 2500만달러(약 284억원)를, P&G 측은 3500만달러(약 396억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양측이 위임장 대결에 소모할 최대 비용이 1억달러(약 1133억원)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추산했다.

P&G가 펠츠 회장의 타깃이 된 것은 글로벌 경기악화, 자금난, 신생기업들과의 경쟁 등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트라이언펀드는 P&G가 질레트, 위스퍼 등 글로벌 빅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음에도 경쟁 기업들에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거나 비용절감을 수익으로 전환시키는데 재빨리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는 P&G 주가가 지난 10년 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물론 경쟁 업체들이 포함된 소비재업종 지수보다도 나쁜성적을 거뒀다는 점을 들었다.

펠츠 회장은 미용과 헬스케어 등 연계 사업부문을 3개로 통합·간소화하고 판매·마케팅·제조 등은 사업부문별로 독립 운영하는 등 5개 부문으로 분리 경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펠츠 회장은 “소비자들은 빅브랜드보다는 독특한 감성과 스토리가 있는 스몰 브랜드를 선호한다”면서 “P&G가 빅브랜드의 과거 성공사례에 매몰돼 시대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P&G는 세계 최대 소비재 생산 기업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함부로 버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P&G는 이날 “지난 8월 데이비드 테일러가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임명된 이후 총 주주수익률 28%를 달성했고 계속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7월에도 P&G는 성명을 내고 “이사회는 회사가 변화를 통해 생산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확신하며, 회사의 (현재) 전략, 계획 및 관리에 대해 한 뜻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펠츠 회장에 맞섰다.

칼 아이칸과 함께 월가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기업 사냥꾼이자 대표적인 행동주의자로 꼽히는 펠츠 회장은 지난 2015년에도 미 대표 종합화학기업인 듀폰과 위임장 대결을 펼친 바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는 투자한 기업에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는 물론 구조조정, 인수·합병(M&A), 경영진 교체 등까지 요구하는 투자자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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