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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백선’(발톱무좀) 증상으로 한달 전 찾은 서울의 A 피부과 의원. 이것저것 검사를 마치고 상담실에 앉자마자 직원이 가장 먼저 건넨 말이다. 기자가 실손보험이 있다고 하자 직원은 곧바로 회원권 안내서를 꺼냈다.
“24회 치료 프로그램이고 총 480만원입니다. 실손보험금을 받으면 본인 부담은 144만원 정도에요.” 그럴싸한 설명을 듣다보니, 얼떨결에 고가의 치료 프로그램에 가입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소견서에는 ‘위장장애 증상이 있어 먹는 경구약 대신 바르는 약으로 유지하면서 레이저 치료를 시행했다’고 적혀 있었다. 기자는 진료 과정에서 위장장애를 호소한 적도, 먹는 항진균제 복용이 어렵다고 말한 적도 없다.
며칠 뒤 다시 찾은 A 피부과 의원. 직원에게 소견서 내용에 대해 캐묻자 “약을 드시면 보험금 청구를 못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험금을 더 받기 위해 먹는 약이 아닌 비싼 레이저로 치료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자가 취재한 결과, 복수의 피부과 전문의는 무좀 치료시 먹는 약을 우선 처방하되 간 기능과 병용 약물, 부작용 우려에 따라 외용제(바르는 약)나 레이저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레이저 치료 여부와 횟수는 환자 상태와 치료 반응을 살펴 개별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일부 병·의원의 비급여 항목을 악용한 과잉진료가 도를 넘고 있다. 정부가 과도한 비급여 이용을 억제하기 위한 5세대 실손 보험을 출시한지 두달 가까이 됐지만,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유인까지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미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료 상승은 수치로도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은 17조원으로 전년보다 11.4% 증가했다. 이 가운데 비급여 지급보험금은 9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57.1%를 차지했다. 금융위원회가 14개 보험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2025년 말 기준 가입자의 65%는 보험금을 한 번도 받지 않은 반면 보험금 수령액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약 74%를 가져갔다. 보험금 지급이 일부 가입자와 비급여 진료에 집중되는 사이 실손보험료는 올해 평균 7.8% 올랐다. 특히 3세대는 16%대, 4세대는 20%대의 인상률이 적용됐다.
이형기 목포대 경영학부 IT금융보험학과 교수는 “5세대 보험 같은 상품 구조 개편만으로는 치료 횟수나 가격 표준이 부족한 비급여 과잉진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비급여 관리체계 새 구축과 보험금 지급 기준 명확화, 의료기관의 책임성 강화 등이 함께 이뤄져야 실손보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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