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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동화의 세계관이 아니다. 4대 금융그룹을 상징하는 캐릭터의 세계관이다. ‘왠지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금융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각 금융그룹이 캐릭터 사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같은 캐릭터’를 사용해 계열사 간 마케팅 연계성을 높이고,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출생)와 키덜트(어른이) 등 잠재고객 공략에도 나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업무계획을 통해 금융그룹 브랜드 사업 허용을 공식화하면서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캐릭터를 활용한 인형과 굿즈를 사고 팔수 있도록 하고, 자회사가 지주사에 사용 비용을 지불해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금은 지주 자체 사업이 막혀 있는데, (캐릭터를) 마케팅에 쓸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 금융그룹은 캐릭터를 활용한 브랜딩·마케팅 강화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KB·우리금융이 각 캐릭터 특성을 살려 톡톡 튀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캐릭터를 활용해 미술작품 특별전 ‘스타프렌즈의 더할 나위 없는 순간들’을 개최하고 있다. 이곳에선 스타프렌즈인 ‘라무(무한긍정 성격의 라마)’를 명화 ‘모나리자’ 주인공으로 만든 일러스트를 선보인다. 다음달까지 국민은행 신관, KB손해보험 합정빌딩, 9호선 샛강역 등에서 스타프렌즈 이야기가 담긴 미술작품을 전시한다. KB금융은 그룹 인스타그램에서도 스타프렌즈 캐틱터를 활용해 ‘세상을 바꾸는 챌린지’를 펼치는 등 30대 이하 잠재 고객들과 소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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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하나금융도 저마다 캐릭터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 신한프렌즈는 시대를 앞서 가는 탐험대 콘셉트로 북극성 여행작가 북극곰 쏠(SOL)이 대표적 캐릭터다. 식물카페 사장님 몰리, 3인조 락밴드 도레미 등 8개 캐릭터가 있다.
신한금융 홈페이지에는 “밤하늘의 북쪽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 북극성에 우주 여행작가 쏠이 살고 있었다. 지구로 가 지금껏 해보지 못한 모험에 도전하기로 한 쏠.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라며 신한프렌즈 세계관을 소개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소셜 미디어에 신한프렌즈 콘텐츠를 별도로 발행하고, 캐릭터 활용 굿즈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하나금융 마스코트는 행복의 별 마카리오스에서 온 ‘별돌이’다. 지구에 불시착해 행복의 샘물을 채우는 모험을 하는 친구들을 만나 지금은 하나패밀리를 형성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K리그, 골프대회, 테니스대회 등 그룹 주관 스포츠 행사에서 마스코트·굿즈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 푸른 뱀의 해를 맞아 ‘청사별돌이’ 한정판 캐릭터를 출시해 그룹 안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나은행은 고주연 작가와 협업해서 별돌이·별송이 캐릭터를 자수 패치 형태로 변형하는 등 MZ세대를 겨냥한 굿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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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은 상품·서비스 뿐 아니라 학생 대상 사회공헌사업 늘봄학교 ESG사업에서도 스타프렌즈 캐릭터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스타프렌즈를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아이돌’로 성장시킬 계획이다”며 “그룹 안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연령과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그룹 광고모델 촬영을 진행할 때 신한프렌즈를 지속적으로 노출해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한다. 신한프렌즈 캐릭터로 2025 캐릭터 라이센싱 페어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임직원들에게 별돌이·별송이 인형과 쿠션, 키링 등 굿즈를 판매할 자체 플랫폼을 만든다. 우리금융은 해외법인도 캐릭터를 활용하고, 굿즈 라이선스 사업 확대·타 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위비프렌즈 활동 무대를 넓힌다.
이처럼 금융그룹이 매년 세계관을 확장하며 캐릭터에 서사를 부여하는 것은 “금융사는 보수적이고 딱딱하다”라는 이미지 장벽을 깨기 위해서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캐릭터를 통해 고객에게 긍정적이고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고객과 연결을 강화할 수 있다”며 “지주 계열사가 같은 캐릭터를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한 그룹’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4대 금융그룹 캐릭터 인지도 1위인 위비프렌즈는 알파·MZ세대 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 소구력이 있다”면서 “친숙한 이미지로 사랑받는 우리은행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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