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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자본시장법은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보유 목적과 지분 현황 등을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규정한다. 이른바 ‘5% 룰’이다. 보유 지분이 1% 이상 변동할 때도 보고 의무가 발생한다.
문제는 파생상품을 활용하면 실질적인 지분 보유 사실을 숨길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총수익스왑(TRS) 같은 파생상품을 활용하면 헤지펀드나 행동주의펀드가 여러 금융회사와 계약을 나눠 체결하고 공시 없이 사실상 대규모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이후 계약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돌연 대주주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한경협은 이러한 거래가 지분 보유 사실을 드러내지 않은 채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국은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3년 파생상품을 통한 간접 보유에도 실질적 소유권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해석 지침을 정비했다. 일본도 2024년 금융상품거래법을 개정해 일부 파생상품을 보고 대상에 포함했다. 영국과 독일은 대량보유 보고 기준을 한국보다 낮은 3%로 설정하고 있다.
공동보유자 판단 기준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은 투자자 간 명시적인 합의를 중심으로 공동보유 여부를 판단한다. 반면 미국은 명시적 계약이 없어도 공동 목적에 따른 행동이 확인되면 공동보유자로 인정할 수 있다. 일본과 독일 역시 묵시적 합의나 실질적 협력 관계를 판단에 반영한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공시 규제 완화가 추진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기관투자자들이 이사 선임 요구 등 이유로 주식을 대량 보유할 때 이를 ‘경영 참여’가 아닌 ‘일반투자’ 목적으로 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복수 기관투자자의 공동 활동에 대해서도 각 기관의 지분이 5% 미만일 때는 합산 공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한경협은 공시 부담 완화가 일반주주와 기관투자자 간 정보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현행 5%인 보고 기준을 낮추는 방안과 파생상품의 실질 보유지분을 파악할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동보유자 판단 기준도 ‘명시적인 합의’ 유무에 의존하지 않고, 일본과 독일의 제도같이 실질관계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를 진행한 오 교수는 “지분공시는 주주활동의 걸림돌이 아니라, 증시에서 일반주주와 기관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을 조기에 걸러내는 경보 장치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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