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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도 프로 복싱, 종합격투기(UFC), 자동차 경주대회 등 단기 이벤트에서 야구, 아이스하키, 미식축구, 농구 등 미국의 4대 프로 스포츠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엔 아예 도시 타이틀 앞에 붙는 마케팅 슬로건을 ‘세계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수도’(the Sports and Entertainment Capital of the World)로 바꾸며 강한 자신감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도심을 관통하는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서킷에선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1(F1) 그랑프리 두 번째 대회가 열렸습니다. 지난 2023년 41년 만에 돌아온 F1 그랑프리로 라스베이거스는 약 12억달러의 경제효과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랙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스위트룸 객실과 나이트클럽 테이블은 1만달러(1430만원) 넘는 가격에도 날개돋힌 듯 팔려 나갔습니다. 라스베이거스관광청 측은 “F1 그랑프리 개최로 지역에 1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영국과 독일, 일본 등 해외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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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종목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그동안 승부조작 우려로 외면하던 프로 스포츠 종목들이 속속 라스베이거스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시작은 내셔널 아이스하키리그(NHL)이 끊었습니다.
2017년 NHL의 31번째 팀 ‘베이거스 골든나이츠’가 라스베이거스 도시 역사상 첫 지역 연고 프로 스포츠 팀으로 창단했습니다. 이어 2020년엔 아메리칸 풋볼리그(NFL) 오클랜드 레이더스가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라스베이거스 레이더스’로 재창단했습니다. NFL은 2003년 “도박과 승부조작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라스베이거스의 슈퍼볼 광고 게재를 거부했습니다.
지역 연고 미식축구팀이 생긴 라스베이거스는 지난해 2월 전미 최대 프로 스포츠 이벤트로 손꼽히는 ‘슈퍼볼’(Super bowl)도 개최했습니다. 라스베이거스는 주말에 열린 슈퍼볼 경기 하나로 6억달러(86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누렸습니다.
아이스하키, 미식축구에 이어 메이저리그 야구(MLB)의 라스베이거스 입성도 예정된 상태입니다. 2028년부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연고지를 라스베이거스로 이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50년 MLB 역사상 최초의 라스베이거스 연고 프로 야구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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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가 시즌제로 연중 경기가 열리는 프로 스포츠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게 된 건 프로와 아마추어 스포츠 경기에 대한 도박을 금지한 ‘스포츠 도박 금지법’이 폐지됐기 때문입니다. 2018년 미국 연방법원은 6년에 걸친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프로와 아마추어 스포츠 보호법을 전격 폐지했습니다.
1992년 제정된 이 법이 폐지되기 전까지 미국 내에서 단일 경기 단위로 스포츠 도박이 가능한 곳은 라스베이거스가 소속된 네바다주가 유일했습니다. 그동안 라스베이거스에서 무하마드 알리, 슈거레이 레너드, 마이크 타이슨, 플로이드 메이웨더, 오스카 델라 호야 등과 같은 세계적인 복서가 등장하는 프로 복싱 경기만 열렸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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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콘셉트의 스포츠 경기장이 속속 들어서면서 라스베이거스의 도시 인프라 지도도 호텔·리조트에서 다목적 스포츠 경기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기존 카지노, 호텔, 공연장, 전시·회의시설, 쇼핑몰 등을 갖춘 복합리조트 구성 항목에 스포츠 경기장이 추가되면서 ‘스포츠 복합리조트’(Sports Integrated Resort)라는 용어도 등장했습니다.
2016년 문을 연 2만 석 규모의 티모바일 아레나(T-Mobile Arena)는 프로 복싱과 레슬링, UFC 외에 NHL 베이거스 골든나이츠 홈구장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UFC는 2023년 개장한 대형 구 형태의 다목적 공연장 ‘스피어’(Sphere)에서도 경기를 열고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연고 최초 프로 농구팀인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는 스트립에 위치한 1만 2000석 규모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Michelob Ultra Arena)를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다목적 돔 경기장도 들어섰습니다. 라스베이거스 남서쪽 파라다이스에 2020년 들어선 ‘얼리전트 스타디움’(Allegiant Stadium)은 현재 NFL ‘라스베이거스 레이더스’가 홈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건립에 19억달러(2조 7200억원)가 들어간 얼리전트 스타디움은 연간 15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해 슈퍼볼 경기로 유명세를 탄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선 올 4월 프로레슬링(WWE)와 넷플릭스(Netflix)가 여는 라이브 스트리밍 스포츠 이벤트 ‘레슬매니아41’(WrestleMania41)도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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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부동산 전문가 등은 라스베이거스에 NBA가 진출할 경우 연고팀 창단과 경기장 건립에만 총 70억달러(10조원)의 초대형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투자회사 에이시스 인베스트먼트의 크리스 그로브 대표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전체(4000만명)의 2% 수준이던 스포츠 이벤트 방문객이 2023년 6%까지 늘었다”며 “카지노로 시작해 쇼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이벤트 도시로 진화해온 라스베이거스가 스포츠로 영역을 확장하며 ‘스포츠 복합리조트’(Sports Integrated Resort)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