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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가 살린 아이들…후원자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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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영 기자I 2026.10.27 05: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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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찰료 면제·예약 지원…고액 기부자 예우 통해 기부 활성화 도모
검진 할인부터 진료 동행까지…병원마다 다른 후원자 예우
고액 기부는 치료·연구 기반…소액 후원은 환자 생활 버팀목
“첫 기부 계기 만들고, 사용 결과 알리는 소통 이어가야”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은 지난 2021년 서울대어린이병원에 3000억원을 기부했다. 이 돈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중심으로 전국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재원이 됐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2021부터 진단 및 치료 지원을 받은 환자는 2만8000명이다.

국내 주요 대형병원들이 진찰료 감면과 건강검진 지원, 진료 예약 안내 등 기부자 예우를 통해 후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치료에 대한 감사나 나눔의 뜻을 기부로 연결하고 병원과의 인연을 이어가려는 취지다.

기부를 활성화하려면 참여 동기를 다양하게 마련하고 후원이 만든 변화를 알려 기부자가 보람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지난해 5월 서울대어린이병원이 병원 CJ홀에서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단과 함께 진행한 어린이날 행사에서 환자·보호자와 의료진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서울대병원)
지난해 5월 서울대어린이병원이 병원 CJ홀에서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단과 함께 진행한 어린이날 행사에서 환자·보호자와 의료진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서울대병원)
1억원 기부하면…검진 할인·진찰료 감면 등 제공

세브란스병원은 누적 1억원 이상 후원자에게 연간 100만원의 검진 할인과 부부의 기부자 라운지 이용, 초진 시 전담직원 동행·안내 등을 제공한다. 총 진료비 감면은 5억원 이상부터 적용한다.

서울성모병원은 1억원 이상 기부자에게 10년간 초진·재진 진찰료 감면(연간 500만원 한도) 혜택을 부여한다. 검사비나 수술비 등을 포함한 전체 진료비 면제와는 다르다. 기본 종합검진 프로그램 상당액을 10년내 세 차례 지원하고 진료 예약도 돕는다. 배우자 또는 지정한 한 사람에게 동일한 예우를 제공한다.

서울대병원은 1억원 이상 기부자가 후원 상담과 진료 대기, 휴식을 위해 후원인지원실을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삼성서울병원은 검진·예약·상담·동행 안내 등을 제공한다. 서울아산병원은 개별 상담으로 예우를 안내한다.

예우의 적용 기간과 횟수, 가족 범위, 이용 기관은 병원마다 다르다. 서울성모병원은 진료비 감면과 검진 등을 실제 납입액 기준으로 적용한다. 기부자는 약정 단계에서 사용 목적과 함께 예우 조건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3000억원의 기부, 검사비 부담 덜고 치료 기회 넓혀

고액 기부는 환자 지원과 연구·의료 기반 확충을 뒷받침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서울대어린이병원에 따르면 김 모양은 백혈병 재발과 조혈모세포 이식, 합병증을 겪은 뒤에도 몸속에 남은 암세포를 정밀하게 확인하는 검사가 필요했다.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의 지원으로 꾸려진 사업단의 지원으로 회당 약 100만원인 검사를 일곱 차례 무상으로 받았다. 당시 일상으로 복귀해 경과를 관찰하던 유리 양은 아픈 아이들을 돕는 간호사를 꿈꿨다.

당원병을 앓는 이 모 군도 저혈당 위험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번 채혈해야 했다. 연속혈당측정기를 지원받으면서 혈당 관리가 수월해졌고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놀이도 즐길 수 있게 됐다.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으로 팔의 힘이 약해진 최 모 군도 연구과제를 통해 옷감형 인공근육 어깨 보조기를 지원받아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동작이 늘었다.

이러한 후원금은 환자 진단·치료뿐 아니라 연구와 의료 인프라 확충까지 지원해 치료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서울대어린이병원후원회 관계자는 “국가 보조금이나 건강보험 수가만으로는 충당하기 어려운 중증·희귀질환 환자 치료비 지원(비급여), 소아 전용 의료장비 도입, 그리고 소아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에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도움받은 환자가 월 1만원 후원자로

기업인·연예인 등 유명인의 큰 금액 외에도 소액 정기후원도 환자의 버팀목이 된다. 서울성모병원은 후원금으로 치료비뿐 아니라 간병비·생계비·약제비 등을 지원한다.

취약청년 지원사업 ‘이어줄 꿈’의 도움을 받은 자립준비청년 박 모씨는 흉터 치료를 받던 중 거주지와 생계까지 위협받았다. 병원은 후원금으로 흉터 치료와 생계비를 지원하고 지역사회 자원도 연결했다. 박씨는 병원에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준 분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여성 도배사라는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감사를 전했다.

서울성모병원 ‘이어줄 꿈’ 사업을 통해 흉터 치료와 생계비를 지원받은 자립준비청년이 진료를 받고 있다.(사진=서울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 ‘이어줄 꿈’ 사업을 통해 흉터 치료와 생계비를 지원받은 자립준비청년이 진료를 받고 있다.(사진=서울성모병원)
받은 도움을 다른 환자에게 돌려주는 이들도 있다. 서울성모병원 사회사업팀에 따르면 치료비를 지원받은 환자 중에는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하는 어려운 형편에도 매달 1만~2만원의 정기후원을 약정한 이들이 있다. 이들은 “내가 힘들 때 받았던 사랑을 조금이라도 다시 사회에 갚고 싶다”며 병원을 찾았다.

약 30년 전 강남성모병원 시절 도움을 받아 치료받았던 환자의 가족도 최근 병원을 찾아 500만원을 기부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이 후원자는 ‘마음의 빚을 지고 살았는데, 이제야 그 고마움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성모병원에서 뇌혈관 수술을 받은 이상원 아즈라 대표도 지난달 현금 2000만원과 150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후원했다. 그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경험이 저 한 사람의 다행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해서 기부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기부 참여를 넓히려면 첫 후원의 계기를 마련하고 이후에도 관계를 이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움받은 환자가 후원자로 돌아온 사례를 알리는 것도 나눔에 참여할 계기가 될 수 있다.

김혜정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부소장은 “기부를 처음 시작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기부금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알려주고 기부자와 연락을 이어가며 질문에 답하는 등 의사소통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서울성모병원 대학본관에서 열린 아즈라의 기부 나눔 전달식에서 이상원(왼쪽에서 두번째) 대표와 병원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아즈라는 취약계층 환자를 위해 기부금과 물품을 전달했다.(사진=서울성모병원)
지난 9월 서울성모병원 대학본관에서 열린 아즈라의 기부 나눔 전달식에서 이상원(왼쪽에서 두번째) 대표와 병원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아즈라는 취약계층 환자를 위해 기부금과 물품을 전달했다.(사진=서울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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