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지연, 한계기업 양산"…시총 500억 이하 퇴출 '제도 개선'

김경은 기자I 2025.01.21 10:45:41

정부·유관기관,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
상장폐지 기간 2.4년, 주요국 대비 약 1.6배
상장폐지 시가총액 50억원…日은 20배 ↑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국내 상장폐지 재무 요건이 주요국 대비 지나치게 낮고, 상장폐지 기간도 약 1.6배 더 길어 좀비기업을 양산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높아 주가 지수는 물론 경제 성장성에도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저성장 기업의 퇴출이 지연되면서 시장 혼탁을 야기했던 상장폐지 제도를 단계적으로 강화키로 했다. 유가증권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강화한다. 상장폐지 절차도 간소화해 상장폐지 기간도 단축될 전망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KRX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IPO·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폐제도, 기업 회생보다 증시 경쟁력으로 관점 전환해야

이상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개최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아 “한계기업 증가로 인한 증시전반 매력도 하락하고 있다”며 “코스닥 시장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높아 지수상승에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심사절차 장기화로 상장기업으로서 거래 연속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투자자 환금성도 제한되는 측면도 불거지고 있다” 며 “좀비기업이 정상적 경영활동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적 의견으로 경제 성장성과 신뢰도 간접적으로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퇴출제도의 구성은 해외 주요국과 큰 차이가 없어 국제적 정합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세부요건 적용면과 운영절차 측면에서 보완할 부분이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우선 퇴출 재무요건이 지나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50억원, 코스닥은 40억원을 밑돌면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주요국 거래소의 시가총액 퇴출 요건을 보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C)는 5000만달러(한화 650억원), 일본 프라임은 100억엔(1000억원)로 국내 대비 높다.

또 주요국 거래소 진입 대비 퇴출 기업 시가총액 요건 비율도 한국은 0.5~2.5%로 NYSC 25%, 싱가폴증권거래소(SGX) 13.3~26.7% 등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진입 기업과 비교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낮은 비율을 용인하고 있어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장폐지 절차도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은 상장 적격성을 상실한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업 퇴출에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린다”며 “긴 심사 과정에서 실제 투자자들이 기업 상태를 충분히 정보 공개가 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감사의견 비적정 사유가 해소될때까지 실질심사 절차를 중단함에 따라 결국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기간이 2.4년이다. 해외는 대체로 1.5년의 개선기간으로 절차를 종료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퇴출제도 운영 기조를 구조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의 회생 가능성에서 증시 경쟁력가 시장 신뢰도 강화가 훨씬 더 중요하며, 재무요건 현실화와 퇴출 절차 효율화 반드시 필요하고 그런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도 두텁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상장폐지 요건, 시총 50억원→500억원으로 강화

정부는 이날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10년간 단 한건도 적용받지 않아 무용지물에 가까웠던 ‘시가총액과 매출액’ 요건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감사의견 미달 시 ‘즉시 상장폐지’하는 등 기준을 강화한다.

코스피 시장의 경우 시가총액 요건을 현행 50억원에서 단계적으로 500억원까지, 매출액 요건을 50억원에서 300억원까지 상향 조정한다. 코스닥 시장도 이와 비례하는 수준으로 요건을 강화한다.

정부의 시뮬레이션 결과 최종 상향조정 완료시 코스피는 62개사(총 788개사 중 약 8%), 코스닥은 137개사(총 1530개사 중 약 7%)가 요건 미달에 해당했다. 제도 도입은 2026년 1월 1일부터 시가총액에 우선 적용해 상향 목표치까지 3단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정한다. 단 매출액은 실제 조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1년씩 지연 실행한다.

또 심의 단계와 개선기간을 축소해 상장폐지 절차를 신속화한다.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 시 즉시 상장폐지하도록 한다. 다만 회생·워크아웃 기업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추가 개선기간을 허용한다.

코스피 시장은 최대 개선기간을 4년에서 2년으로 축소하고, 코스닥 시장은 심의 단계를 3심제에서 2심제로 줄이고 최대 개선기간도 2년에서 1년 6개월로 단축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도 마련됐다. 상장폐지 기업의 주식 거래를 위해 K-OTC에 ‘상장폐지 기업부’를 신설하고 6개월간 거래를 지원한다. 6개월 후에는 평가를 통해 적정하다고 판단되면 기존 K-OTC로 연계 이전할 수 있다.

상장폐지 심사 중인 기업의 개선계획 주요 내용도 공시하도록 해 투자자의 알 권리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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