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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실험은 사람이 극도의 고립 속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스페인 알메리아, 그라나다, 무르시아 대학 소속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극도의 고립이 인간 신체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연구진은 특별히 제작된 메시징 기술로 플라미니의 상태를 종종 확인했다. 주기적으로 식재료도 배달했으나 대화는 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비상 상황을 대비해 패닉버튼을 준비했으나 플라미니는 이를 누르지 않고 약속된 500일을 모두 채웠다. 외신들은 “인간이 홀로 동굴에서 보낸 최장 기록이지만, 기네스 세계 기록에 이러한 항목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동굴에서 나온 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플라미니는 “1년 반 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며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동굴에서 60권에 달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등 계획적으로 시간을 보냈다며 “지금 닥친 그 순간을 사는 것이 비결이었다”고 전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는 파리가 몰려들었을 때를 꼽았다. 그는 “파리가 들어와 애벌레를 낳았는데 이를 내버려뒀더니 파리가 온몸을 뒤덮었다”면서도 “도전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플라미니는 500일 만에 마주하는 햇빛에 시력이 손상되지 않도록 선글라스를 쓰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동굴학 연맹의 데이비드 레예스는 “이런 도전이 여러 번 있었지만, 규정을 모두 충족한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헥터 고메즈 관광부 장관은 “극한의 지구력 테스트로, 매우 큰 가치”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