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높은 품질의 외부감사가 적정 예산 내에서 이뤄지려면 감사 품질만으로 먼저 감사인을 선정한 후, 표준감사시간을 기초로 추후 감사 보수를 결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정석우 고려대 교수는 23일 삼일PwC ‘거버넌스 포커스 제27호’ 특별기고문에서 “2018년 회계개혁 이후 회계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해 여러 제도가 도입됐으며 이 중 감사위원회에 의한 외부감사인 선정은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보장해 더 높은 품질의 외부감사를 수행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학계의 여러 실증 연구에 따르면 회계개혁 이후 전반적으로 감사보수와 감사시간이 증가했으며 감사품질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감사시간의 투입이 증가하거나 감사보수가 높은 기업의 경우, 감사품질이 좋은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경영진이 실질적으로 외부감사인을 선정하고 있다. 지난해 삼일PwC의 사외이사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사위원회가 외부감사인을 실질적으로 선정하는 비율은 평균 58%(자산 2조 원 이상 상장회사의 경우 69%, 자산 2조 원 미만 47%)를 차지했다. 특히 외부감사인에 대한 상세한 선임 절차를 구비하여 이에 따라 감사인 선임이 이뤄지는 경우는 2조 원 이상 회사의 47%(2조 원 미만은 31%)에 그쳤다.
또한 감사인 선정에서 주요 지표로 사용되는 감사보수와 감사시간은 기업 규모에 따라 고려되는 정도가 달랐다. 자산 2조 원 이상 회사는 감사시간(41%), 감사보수(36%) 순으로 우선시한 반면, 2조 원 미만 회사에서는 감사보수(42%)와 감사시간(31%) 순이었다. 정 교수는 “감사시간을 먼저 고려하면 감사품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하면서 감사보수가 결정되겠지만, 감사보수를 먼저 고려하면 정해진 감사보수 내에서 감사시간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감사품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고품질의 외부감사를 수행하는 회계법인 선정을 위한 접근법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먼저 감사인 평가 요소에서 보수를 제외하고 품질 기준만으로 감사인을 선정한 후, 표준감사시간을 기초로 선정된 감사인과 보수를 합의하는 식이다. 정 교수는 “최적의 감사인 선임은 결국 회계투명성의 향상과 기업 가치의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