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수합병된 美 기업 3분의 1은 해외에 팔렸다(종합)

권소현 기자I 2016.06.12 15:56:45

中 기업 식탐 여전…다른 국가도 동참
美 법인세 제도도 한몫…해외로 본사 옮겨 절세목적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올 들어 해외 기업에 넘어가는 미국 기업이 크게 늘었다. 중국 등 해외 기업들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미국 기업 인수에 나서기도 했지만, 높은 법인세율을 피하기 위해 표면상 해외 기업에 안기는 미국 기업들도 늘었다.

올해 미국 기업 M&A 규모는 6125억달러며 이중 해외 기업의 쇼핑액은 36.8%를 차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S&P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자료를 인용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9.2%에서 크게 확대된 것이다. 작년 연간으로도 해외 기업의 M&A 비중은 21% 수준이었다.

주로 소재, 정보기술(IT), 소비재 업종에서 해외 기업들의 M&A가 두드러졌다. 올 들어 소재업종에서는 해외 기업이 711억달러어치를 사들여 전체의 81.2%를 차지했다. 1년 전 2억달러로 0.6%에 그쳤던 것에 비해 급증했다. IT 업계에서의 해외 기업의 M&A 규모는 226억달러로 37.2%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동기 657억달러로 51.5%를 차지했던 것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소비재와 산업재, 헬스케어 업종에서도 해외 기업의 인수비중이 30%를 넘었고 유틸리티, 금융업종은 20%를 상회했다. 반면 통신업종에서는 해외 기업의 M&A가 전무했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의 M&A 식탐은 상당하다. 지난해 중국이 미국 기업을 M&A한 건수는 100건 이상이며 금액으로는 총 135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하이얼이 54억달러에 제너럴일렉트릭(GE)의 백색가전 부문을 사들였고 하이난항공그룹(HNA)은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인그램마이크로를 60억달러에 인수했다. 다롄완다그룹은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인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를 35억달러에 품에 안았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의 높은 법인세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법인세는 35%로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데다 해외에서 번 돈도 미국으로 가져왔을 때 과세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불만이 높다. 선진국 상당수가 돈을 번 곳에서만 세금을 내는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본사를 해외로 이전할 수 있는 ‘세금 바꿔치기’(tax inversion)용 M&A가 성행한 것. 실질적으로는 미국 기업이 인수하는 것이지만, 형식적으로는 해외 기업이 미국 기업을 인수해 합병하고 합병법인의 본사를 법인세가 낮은 국가에 두는 식이다. 1986년 매출액 기준 세계 상위 500대 기업 중 218개 기업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었지만 30년이 지난 현재 128개로 급감한 이유도 이같은 과세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해외 기업들은 미국 기업을 인수하는 즉시 법인세 차이로 인해 세후 수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언스트앤영은 미국의 법인세가 25%만 됐어도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기업 1300개가 해외 기업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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