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파업 일단락, 한숨 돌렸지만…산업지원책 올스톱은 '우려'

하지나 기자I 2024.12.15 17:48:23

[尹 탄핵안 가결, 경제계 반응은]
車노조, '정치파업' 명분 약화…추가 파업 낮아
트럼프 대응 한계…반도체·배터리 업계 노심초사
반도체특별법 등 무산…反시장법 밀어붙이기도

[이데일리 하지나 이윤화 조민정 기자]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경제계에서는 우선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드러냈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판결 및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상당한 절차가 남아 있는 상황으로, 리더십 공백에 따른 국정 동력 상실과 이로 인한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에 대한 대응 한계 등 전방위적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노조 ‘정치파업’ 일단락

15일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탄핵안 가결에 따라 부분적으로 이어지던 노조 파업이 일단은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생산 차질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당장의 추가 파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탄핵안 가결 이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국내 최대 규모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계엄군을 마주한 민중과 노동자는 윤석열 탄핵을 넘어 내란 세력의 청산을 요구한다”면서도 추가 파업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오는 19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탄핵안 가결로 추가 파업 명분은 약화된 상황이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이달 5~6일 부분 경고 파업에 이어 지난 11일 총파업 지침을 세웠다. 애초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정권퇴진 시계가 빨라졌다고 판단한 만큼 총파업 기간을 하루로 단축했다. 기아자동차지부는 11일 하루 2만6000명이 넘는 전체 조합원이 주·야 2시간 총 4시간 파업에 나섰다. 현대자동차지부, 한국지엠지부는 11일 총파업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5~6일 주·야 2시간씩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노조 측에 따르면 5~6일 이틀간 파업을 진행한 사업장은 100곳, 6만 8296명으로 집계됐다. 앞선 부분파업으로 발생한 생산 차질 물량은 현대차만 약 5000대 규모로 추산된다. GM 한국사업장은 1000대 안팎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14일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부결됐다면 완성차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서 생산 차질 규모가 더욱 커졌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韓반도체만 보조금 미확정

하지만 여전히 리스크는 남아 있다. 윤 대통령 직무 정지로 정상 외교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보편관세, 친환경차 보조금 축소 등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취임을 앞두고 있어서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국내 대표 배터리업체들은 미국 자동차 기업들과 합작해 현지에 진출해있다.

특히 아직 반도체 지원금을 확정받지 못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비상이 걸렸다. 현재까지 TSMC(66억달러), 글로벌파운더리(15억달러), 인텔(78억달러), 마이크론(62억달러) 등 5개 기업이 보조금을 확정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원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온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보조금 정책이 축소·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까지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탄핵사태로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외신들은 탄핵안 가결과 동시에 한국의 리더십 공백이 트럼프 2기와 협상하는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한국의 리더십 공백이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와 동시에 발생하며 워싱턴과의 관계를 약화시키고 외교, 무역정책의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계엄 리스크는 줄었지만 기업 경영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불확실성’”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대비하기도 벅찬데 국내 상황까지 알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뒷전으로 밀려난 산업 지원 정책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주도했던 산업 지원 정책 역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22대 국회의 본격적인 법안 심사를 앞두고 건의한 경제 입법 과제 23개 중 계류 중인 법안은 12개다.

특히 반도체특별법은 여야가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루며 추진하던 법안이었음에도 계엄 사태로 논의마저 멈춰버렸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항과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을 담고 있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면서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졌다. 반도체산업 지원을 위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일몰 기한을 올해 말에서 3년 연장하는 내용으로만 통과됐다. 이외에도 인공지능(AI) 기본법이나 국가 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도 탄핵정국 속에서 국회 논의가 멈췄다.

반면, 국정 혼란을 틈을 타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기업 활동과 경제를 위축시키는 반(反)시장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는 국회가 기업에 기밀 자료를 요구하고 재계 총수도 언제든 불러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야당의 경우 지난 6일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도 발의한 상황이다. 각종 논란과 산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행 처리할 태세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실상 차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정 안정화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서 결국 여야는 협치를 통해 경제·민생 법안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탄핵안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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