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와 무관한 빅테크…데이터센터 투자도 계속 확대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와 미국 경기 둔화가 AI 관련 주식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왔다. 하지만 메타가 1분기 기대를 웃도는 매출을 발표하며 이러한 우려를 일부 잠재웠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사업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으며, 거시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잘 대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메타는 올해 자본 지출 전망을 기존 600억~650억 달러에서 640억~72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특히 앳저 클라우드 부문에서도 강력한 성과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임원들은 컨퍼런스콜에서 데이터 센터 확대를 위해 자본 지출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클라우드와 AI는 모든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며 성장을 가속화하는 데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실적 발표에 힘입어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7.63% 급등했고, 메타는 4.23% 상승했다. 데이터센터투자 확대 계획에 AI반도체 대표주자인 엔비디아 역시 2.47% 상승했다.아르젠트캐피털매니지먼트의 제드 엘러브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트럼프 관세와 무역전쟁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주식은 거의 없지만, AI는 현재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덜 영향을 받는다”며 “AI 인프라는 지금 매우 가파른 성장 초입에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아마존의 경우 장 마감 이후 1분기 호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했지만, 예상보다 약한 가이던스를 내놓으면서 주가가 4% 이상 빠지고 있다. 애플 역시 월가 예상을 웃도는 전체 매출을 발표했지만, 서비스 부문의 실적은 예상치에 비해 저조하면서 장마감 이후 2% 이상 떨어지고 있다.
美경기침체 일시적? 추세적?…점차 식는 고용
투자자들은 미국의 경기 침체가 일시적인지 추세적인 현상으로 들어갈지 주시하고 있다. 전날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한 가운데 향후 광범위한 트럼프 관세에 따라 미국 경기가 빠르게 식어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GDP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본격적인 관세 정책 시행 전 기업들이 앞당겨 재고를 늘리면서 수입이 일시적으로 급증한 영향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적자 해소에 집중하고 있어 수입량이 다시 줄어든다면 GDP는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우려되는 건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은 뚜렷하게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게 문제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는 같은 기간 3.5% 올라 전 분기(2.6%)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이 재발한다면 연준의 금리인하는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변수는 고용이 얼마나 빨리 식느냐다. 예상보다 고용이 빨리 악화된다면 연준이 경기 방어를 위해 금리인하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예상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로 끝난 한 주 동안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계절조정 기준 24만1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주 대비 1만8000건 증가한 수치이며,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22만5000건을 상회했다. 이는 지난 2월 22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아직까지 수치는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차츰 둔화 시그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다 정확한 미국 고용 상황은 노동부는 2일 4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에서 보다 명확히 드러날 전망이다. 경제학자들은 13만3000명의 고용 증가, 4.2% 실업률을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경고 “이란 원유 사지말라”…WTI 1.8% 급등
국채금리는 상승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4.1bp(1bp=0.01%포인트) 오른 4.216%를,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금리는 7.6bp 뛴 3.697%에서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관세 완화가 이어지면서 달러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73% 급등하며 100.19를 기록 중이다.
국제유가는 1.8% 가량 급등했다. 근월물인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이날 1.03달러(1.77%) 오른 59.24달러에 마감됐고, 글로벌 벤치마크인 7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1.07달러(1.75%) 상승한 62.13달러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이란산 석유나 석유화학 제품을 구매하는 어떤 국가나 개인도 미국과 어떠한 방식으로든 거래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린 게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이란산 석유나 석유화학 제품을 단 1방울이라도 구매하는 어떤 국가나 개인도 즉시 세컨더리 제재(2차 제재)의 대상이 될 것이며, 미국과 어떠한 형태로도 거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요 산유국 중 하나다. 2차 제재는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상대방까지도 미국과 교역과 금융 거래 등을 하지 못하게 하는 제재를 의미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피단에너지의 스콧 모델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하루 100만 배럴 넘게 이란산 석유를 수입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 국영기업이나 관련 인프라를 정조준하지 않는 이상, 이란산 석유의 중국 수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과 새로운 합의를 추진하려는 입장 변화라기보다는 ‘힘을 통한 협상’이라는 신념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