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몇 달째 비슷한 증상이 계속되자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가중됐다. 박 씨는 “생리기간이 아닌데도 종종 하혈하는 바람에 매일 생리대를 챙겨 다니지 않으면 불안하다”며 “언제 갑자기 하혈할지 몰라 화이트 스키니진이나 스커트 등은 꿈도 못 꾼다”고 토로했다.
증상을 전해 들은 박 교사의 동료 양호교사는 당장 진료받으라고 채근했다. 은근히 겁을 주는 말에 인근 병원을 찾았더니 자궁근종으로 진단받았다.자궁근종은 자궁에 생긴 양성종양으로 성인 여성의 절반 정도에서 생길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과거엔 40대 이상 중년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20~30대 젊은 환자에서도 호발하고 있다. 발병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여성호르몬과 연관성이 높은 질환인 데다가, 최근 초경은 빨라진 반면 첫 임신 연령은 늦어진 탓으로 분석된다는 게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견해다.
김하정 민트병원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자궁근종은 자궁 내 근육인 평활근에 양성 혹이 생기는 질환으로 암처럼 치명적이지는 않다”며 “다만 주증상이 빈혈, 생리과다, 생리통 등 평소 생리 전후로 겪기 쉬운 증상들이어서 이를 알아채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모르고 방치하는 경우 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족력이 있는 여성은 20대부터 정기검진을 받는 게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자궁근종의 대표적인 증상은 생리과다와 불규칙한 부정출혈(하혈)이다. 생리과다는 생리량이 80㏄ 이상인 경우로 생리 지속일수가 8일 이상이거나, 출혈량이 평소보다 지나치게 많을 때도 포함한다. 생리기간은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3~6일로 자궁내막 등이 섞인 생리혈에서 순수한 혈액은 평균 30~70㏄ 가량이다. 평소 대형 생리대를 사용하는 날이 3일 이상이거나 남보다 자주 생리대를 교체한다면 생리과다 및 자궁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부정출혈은 생리기간이 아닌데도 생리하는 것처럼 하혈하는 것을 통칭한다. 사람에 따라 정도가 다르지만 근종이 있는 경우 실제 생리 기간처럼 출혈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적잖다.
이런 경우 빈혈로 이어질 우려도 높다. 김 원장은 “여성 빈혈의 주요인은 생리과다 및 불규칙한 부정출혈로, 가임기 여성 3명 중 한명은 겪을 수 있는 매우 흔한 질환”이라며 “빈혈은 유독 40대 여성에서 흔한데 폐경 전 연령대여서 아직 생리가 진행 중이고, 20~30대에 비해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 폴립(용종) 등 생리과다를 유발하는 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궁근종으로 인한 생리과다 현상이나 부정출혈은 근종을 치료하면 크게 호전된다. 이때 빈혈 증상도 개선돼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피로감, 어지럼증까지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과거 자궁근종은 무조건 자궁적출로 제거하는 게 기본치료로 여겨졌다. 최근엔 환자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자궁의 상징적 의미가 커지며 의료진도 수술을 지양하고 보존적 치료를 선호한다.
김재욱 민트병원 대표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은 “한국은 자궁근종의 치료로 자궁적출을 진행하는 비율이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의료계에서는 자궁적출수술이 암 가능성이 희박한 자궁근종에 대한 과잉진료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렇다보니 자궁근종 치료법으로 ‘비수술적 하이푸 치료’ 또는 ‘자궁근종 색전술’이 선호되고 있다. 기존 절개수술에 비해 회복기간도 빨라 직장인, 워킹맘 등 시간에 치이는 사람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이푸는 고강도 초음파 에너지로 고열을 발생시켜 종양을 괴사시키는 치료법이다. 민트병원에서는 기존 초음파하이푸 대신 MRI(자기공명영상)을 보며 시술하는 ‘MR하이푸’를 시행하고 있다. MRI 유도 하이푸는 초음파하이푸와는 달리 안전성이 중요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유일한 치료법이다.
우선 MRI 영상으로 자궁근종의 정확한 위치와 부피를 파악한 뒤 고강도 집적 초음파를 조사, 근종만 타깃으로 제거한다. MRI를 통해 근종과 주변 장기의 온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시술 중 원하는 부위가 제대로 치료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기존 초음파하이푸는 부위별 온도를 파악할 수 없어 자칫 온도 조절에 실패하면 주변 장기와 신경을 손상시킬 수 있는 게 단점이다. 김 대표원장은 “MR하이푸는 근종을 이루는 세포의 성분이 열에 잘 반응하는 ‘마른 근종’일 때, 종양의 크기가 8㎝ 미만일 때 유리한 치료법”이라고 소개했다.
자궁근종 색전술은 자궁근종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아 괴사시키는 원리를 쓴다. 머리카락 굵기 정도로 가느다란 카테터를 주입, 근종으로 이어지는 혈관을 색전제로 차단한다. 이때 근종이 쪼그라들어 크기가 줄면서 증상도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여러 형태의 근종이 복합적으로 있는 다발성 근종, 10~12㎝ 이상 큰 근종도 색전술을 적용하면 한번 시술로 개선할 수 있다.
김재욱 대표원장은 “자궁근종이라고 진단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동일한 치료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자궁근종은 시술 후에도 재발확률이 높은 만큼, 면밀한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의 상황에 요구되는 맞춤치료를 시행해야 만족도 높은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