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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길 위에서 피어난 숲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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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환 기자I 2026.07.09 06:05:03

[연속 기획-숲, 지역과 산촌을 살린다(47)]강원 횡성 상안리 낙엽송숲
2023년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 선정
강원~한양 잇던 관동대로이자 옛 42번 국도 사라져
1938년부터 낙엽송 식재…국내 최대이자 가장 오래된 낙엽송 군락
국토녹화 성공사례·숲 교육장소로 활용…주민·자연과 조화 알려줘

[편집자주] 산과 숲의 의미와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가치와 의미의 변화는 역사에 기인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황폐화한 산을 다시 푸르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렵고 힘든 50년이라는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산림청으로 일원화된 정부의 국토녹화 정책은 영민하게 집행됐고 불과 반세기 만에 전 세계 유일무이한 국토녹화를 달성했다. 이제 진정한 산림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림을 자연인 동시에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데일리는 지난해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을 탐방, 숲을 플랫폼으로 지역 관광자원, 산림문화자원, 레포츠까지 연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100회에 걸쳐 기획 보도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다.



강원 횡성 상안리 사자산 정상부에서 봐라본 낙엽송숲. (사진=홍천국유림관리소 제공)
강원 횡성 상안리 사자산 정상부에서 봐라본 낙엽송숲. (사진=홍천국유림관리소 제공)
[횡성=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은 ‘안흥 찐빵’으로 유명한 곳이다. 안흥 찐빵은 막걸리를 섞어 반죽한 밀가루와 인공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국산 팥소로 만든 소박한 먹거리이다. 이 먹거리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안흥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고립된 지형이기 때문이다.

안흥은 서울과 강릉을 오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교통의 요지였다. 그러나 1975년 영동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안흥은 쇠퇴의 길을 걷게 됐지만 안흥 찐빵은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안흥에서 평창 방림으로 가는 길에 문재라는 고개가 있다. 옛부터 이 고개를 넘어가려면 사자산 끝자락에서부터 시작되는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를 지나가야 했다. 이 도로가 옛 42번 국도이자 관동대로로 불리웠던 길이다.

관동대로는 조선시대 한양과 강원 영동을 잇는 유일한 길로 율곡과 신사임당, 허균과 허난설헌, 김시습, 정철, 이색 등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수백년간 이어졌던 이 길은 1995년 문재터널이 뚫리면서 잊혀진 옛길로 남았다. 이후 길은 사라졌지만 숲은 남았다.

강원 횡성 상안리 낙엽송숲. (사진=박진환 기자)
강원 횡성 상안리 낙엽송숲. (사진=박진환 기자)
1938년부터 대규모 낙엽송 식재…국내 최대 규모

강원 횡성 상안리 낙엽송숲은 국내 최대 규모이자 강원권에서 가장 오래된 낙엽송 군락이다. 낙엽송을 비롯해 소나무, 자작나무 등이 식재돼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8년 목재 생산을 위해 38㏊ 규모의 낙엽송을 식재한 이후 1983년 잣나무 10㏊ 등을 추가 조림했다. 여기에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소나무 9㏊와 참나무 3㏊가 천연림으로 자생하면서 자연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숲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이다. 산림청은 당시 국토녹화 성공사례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숲 교육장소로 상안리 낙엽송숲을 선정했다.

인공림과 천연림 등 53㏊ 규모의 숲은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옛 42번 국도는 임도로 활용되고 있고, 이 길을 따라 자작나무, 전나무, 잣나무, 낙엽송, 소나무 군락지가 이어진다.

아직도 임도 곳곳에는 과거 화전민이 거주했던 터가 남아 있다. 임도이자 숲길은 방문객들을 압도한다. 80~90년령의 낙엽송 높이는 18~26m, 흉고 직경(가슴 높이 지름)이 30~40㎝에 달할 정도다.

능선에는 자연적으로 자란 소나무들이 자리를 잡았다. 천연림이다 보니 인공림과 같은 수려함은 없지만 수많은 시련을 극복하며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당당함이 느껴진다.

이재옥 숲해설사가 강원 횡성 상안리 낙엽송숲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이재옥 숲해설사가 강원 횡성 상안리 낙엽송숲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국토녹화 성공사례·미래세대 위한 숲 교육장

상안리 낙엽송숲은 다른 숲과 달리 하층 식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홍천국유림관리소는 현상 유지를 견지하면서도 목재 생산을 위한 숲 가꾸기는 거의 실시하지 않는다. 이 일대 거주하는 주민들의 숲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윤재희(78) 상안2리 노인회장은 “숲에 있는 잣나무는 마을의 유일한 산림소득 자원”이라며 “잣을 수확해 연간 1000여만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시민들이 볼 때는 많은 수익은 아니겠지만 숲을 봐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그 이상”이라며 “주민들에게 쉼과 삶, 자연과의 조화를 알려주는 것이 바로 이 숲”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옥(73) 숲해설사도 “1930년대 대규모의 낙엽송 식재 이후 1960~1970년대 국토녹화 시기에는 산에 거주하는 많은 화전민들을 이주시키고, 잣나무를 대거 심었다”며 “숲길은 A·B·C·D 등 모두 4개 탐방로로 구성돼 걷기 좋은 숲길로 유명해지면서 탐방객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어 “계절마다 만개하는 다양한 꽃부터 옛 42번 국도, 화전민, 국토녹화사업 등 수백년간 이어진 길과 숲에 대한 스토리를 들려줄 때 호응이 좋아 흥이 난다”고 덧붙였다.

강원 횡성 상안리 사자산 쉼터에서 봐라본 낙엽송숲. (사진=홍천국유림관리소 제공)
강원 횡성 상안리 사자산 쉼터에서 봐라본 낙엽송숲. (사진=홍천국유림관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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