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 미국예탁증권(ADR)을 상장해 265억달러(약 40조원)를 조달했다. 2014년 알리바바의 250억달러를 넘어선 미국 외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닛케이는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외부 자금을 필요로 하게 된 배경에 주목했다. AI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충이 시급해진 가운데 반도체 공장 신설 비용은 크게 불어났고,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자체 투자 여력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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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가 주목한 첫 번째 배경은 AI용 HBM 수요 증가다. SK하이닉스는 단기 기억용 메모리인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 생성형 AI 구동에 사용하는 HBM 시장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AI용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려면 생산시설을 계속 확충해야 한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경기 용인에서 건설 중인 HBM 생산공장과 충북 청주의 HBM 조립공정 공장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말 한국 남서부 지역에 총 40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2기를 짓는 계획도 발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6월 향후 10년간 연간 100조원 이상의 국내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부족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생산량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005930)와 미국 마이크론도 투자 경쟁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총 400조원을 들여 국내에 반도체 공장 2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9일 미국 내 메모리 생산과 연구개발에 2035년까지 25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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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가 주목한 두 번째 배경은 반도체 공장 신설 비용의 급등이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장 4기를 건설하는 데 총 6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처음 발표했을 당시 투자 예정액은 약 120조원이었다. 약 7년 만에 비용이 5배로 늘어난 셈이다.
SK하이닉스가 한국 남서부에 건설할 공장 2기의 총투자액은 400조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공장 한 곳당 200조원이 투입된다. 현재 건설 중인 용인 공장은 최근 추산 기준 한 곳당 150조원 수준이다. 아직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남서부 공장은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닛케이는 반도체 공장 신설에 있어 비용이 상승하게 된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짚었다. 우선 AI용 반도체 생산 난도가 높아지면서 고가 제조장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진 점을 들었다. 회로 선폭이 미세한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필요하다. 대당 수백억엔에 달하는 장비를 도입해야 해 설비투자 부담이 늘어난다.
이어 국내 건설공사비도 상승도 요인으로 지목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26년 5월 전국 건설공사비지수는 138로, 2020년 연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38% 올랐다. 또 원유 가격 상승에서 비롯된 철강과 콘크리트 등 건설자재 가격 인상에 더해 한국의 최저임금 상승과 건설업계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인건비도 늘었다.
공장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비용’도 앞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을 사용한다. 신규 공장이 들어설 한국 남서부 지역은 풍력 등 재생에너지 공급지이지만, 이를 활용하려면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조 단위의 추가 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용인에서도 비용 증가 위험이 나타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전력을 끌어오기 위한 송전망 건설에 일부 주민이 반대하면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자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주민 보상과 협의 자리를 마련하도록 요구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닛케이는 반도체 공장 건설이 생산시설 자체뿐 아니라 주변 인프라 정비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됐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이를 두고 “새로운 도시 하나를 통째로 만드는 것”이라는 표현도 나온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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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가 주목한 세 번째 배경은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약한 재무 기반이다.
닛케이는 2025년 12월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순현금은 약 12조원으로, 100조원 이상의 순현금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차이가 크다고 짚었다. 막대한 생산시설 투자를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자체 자금만으로 필요한 투자비를 충당하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보유 현금을 활용한 재투자를 우선하고 있으며, 미국 ADR 상장에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KB증권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미국 ADR 상장이 삼성전자 주식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는 유력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반도체 공장 투자 규모가 커지고 생산시설뿐 아니라 전력망과 에너지 인프라까지 갖춰야 하는 사업으로 확대되면서 자금 조달이 이전보다 중요한 경영 과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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