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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업이 예상보다 장기간 표류하는 동안 건조 여건이 크게 악화됐다는 점이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상승했고, 환율과 공급망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레이더와 전투체계, 추진·전력·통신 장비 등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협력업체의 부담 역시 가중됐다. 사업 초기 산정한 비용과 현재 실제로 필요한 비용 사이에 적지 않은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업비의 상한이 사실상 정해진 확정가격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되면 체계종합업체는 늘어난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하거나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낮추려 할 가능성이 크다. 협력업체는 적자를 감수하거나 원가를 줄이기 위해 자재와 공정을 최소화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된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되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들이 사업 참여를 포기하거나 경영난에 빠질 수도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과도한 원가절감 압박이 함정의 품질과 안전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군함은 수십 년 동안 거친 해상환경에서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복합 무기체계다. 작은 부품 하나의 결함도 전체 전투체계의 신뢰성과 승조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가격을 맞추기 위해 품질이 낮은 원자재나 검증이 충분하지 않은 부품을 사용한다면 당장은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고장과 정비 비용을 늘리고 작전 공백을 초래한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소요군인 해군과 국민이다.
어려운 사업 여건에서도 KDDX를 명품 군함으로 완성하려면 기업과 정부, 군이 각자의 책임을 다하면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먼저 기업은 눈앞의 수주와 이익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 KDDX를 세계 함정시장의 대표 상품으로 수출한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최초 계획에서 요구한 성능과 품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체계종합업체는 협력업체에 일방적으로 부담을 떠넘기기보다 합리적으로 비용과 위험을 분담해야 한다. 협력업체 역시 규격에 맞는 양질의 자재를 사용하고 품질관리와 기술개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선도함의 작은 결함도 해외 고객에게는 한국 군함 전체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방위사업청은 현실과 동떨어진 사업비를 그대로 유지한 채 기업에만 책임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물가와 환율, 원자재 가격 변동을 면밀히 분석해 적정 사업비를 반영하고, 연말에 발생하는 불용예산을 관련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KDDX의 필수 장비와 자재 확보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업 초기 집행 비율을 높여 업체가 핵심 원자재와 장기납기 품목을 조기에 구매하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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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도 시험평가를 단순한 합격과 불합격 판정 절차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운용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 단계부터 기술적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시험함과 시험해역, 운용인력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불필요하게 중복되는 시험은 조정하되 안전과 전투성능에 필요한 검증은 철저히 해야 한다. 개발기관과 조선소, 장비업체, 해군이 시험 결과와 문제점을 투명하게 공유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KDDX 사업은 더 이상 특정 조선소나 해군만의 사업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함정 설계·건조 능력과 전투체계 기술, 방산 수출의 미래가 걸린 국가적 사업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의 갈등을 반복하는 경쟁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군함을 만들기 위한 협력이다. 기업은 품질을 지키고, 방위사업청은 제도와 예산으로 뒷받침하며, 해군은 운용과 시험평가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민·관·군이 총력전을 펼쳐 KDDX를 성공적으로 완성한다면 대한민국은 외국 기술에 의존하던 함정 도입국을 넘어 세계 해군이 신뢰하는 첨단 군함 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KDDX는 국내 조선소 간 경쟁의 상징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갈등을 극복하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세계 최고 명품 군함을 만들어낸 성공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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