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중에서도 수출기업의 심리는 개선세지만, 내수기업은 뒷걸음질했다. 반도체 호황을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세가 가계와 내수의 체감경기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경기 회복의 향방을 결정할 전망이다.
기업심리 4년 만에 최고치인데 가계심리는 꺾여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 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9.6으로 전월 대비 1.1포인트 상승했다. 2022년 9월(102)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장기평균인 100에도 바짝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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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향후 전망 또한 긍정적이다. 다음 달(9월) 전망 CBSI는 전산업이 전월 대비 3.1포인트 상승한 99.6으로 조사됐다. 제조업(102.5)과 비제조업(97.6)은 각각 2.0포인트, 3.9포인트 올랐다.
기업 체감 경기 개선과 달리 소비자심리는 식었다. 전날(25일) 한은이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4.5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2.3포인트 하락했다. 실물경제의 완만한 흐름 속에 지난 5월 이후 이어지던 심리 개선 흐름이 4개월 만에 꺾인 것이다.
한은 측은 소비자심리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국내 증시 조정과 누적된 물가 상승에 따른 체감경기 저하를 꼽았다. 특히 조사 기간(8월 7일~14일) 동안 주식시장 변동성이 컸던 점도 가계의 경제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현재경기판단CSI는 전월 대비 5포인트 급락한 79를 기록했고, 향후경기전망CSI 역시 3포인트 떨어진 89에 그쳤다.
이밖에도 CCSI를 구성하는 6개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가계의 전반적인 체감경기가 전월에 비해 위축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8월 CCSI(104.5)는 여전히 장기평균(100)을 상회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관적인 기대심리가 과거 평균에 비해서는 낙관적인 영역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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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와 기업의 심리가 상반된 궤적을 그리면서 최근의 거시 지표 호조와 수출 개선세가 경제 전반으로 골고루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기업 내에서도 수출과 내수를 나눠 보면 뚜렷한 양극화가 감지된다.
이번 달 수출 기업의 CBSI는 108.5로 전월 대비 1.0포인트 상승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으나, 가계 체감경기 및 내수 시장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내수 기업의 CBSI는 99.4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수출 대기업들이 반도체 및 신규 수주 호조 등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를 누리는 반면, 내수 기업들은 가계의 내수 소비 위축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기업 모두 주요 경영 애로 사항으로 내수부진을 꼽기도 했다.
가계 체감 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고물가 부담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7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졌지만 근원물가는 상승폭을 키운데다, 8월 가계의 물가수준전망CSI는 149로 전월과 같은 높은 수치를 유지했다. 박용민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전월 3.2%에서 낮아지긴 했으나 그동안 생활물가 등이 3% 상회하며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며 “그런 것들이 누적되면서 체감 경기 저하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출 호조와 기업 실적 개선은 고무적이지만, 가계 소득 증대와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일부 기업과 계층에 부가 집중되면서 소비 역시 백화점 매출만 ‘나홀로’ 호조세를 보이는 등 고가 품목 위주로 개선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경제 전반에서 양극화를 넘어선 초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거시 지표 개선의 온기가 골고루 퍼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의존도가 커지면서 경제의 변동성 자체가 높아지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정정책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년 고용 문제 해결 등 쏠림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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