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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은 안 뽑고 경력만 찾더니”…10년 뒤 닥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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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빈 기자I 2026.10.21 0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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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청년 취업의 조건이 바뀐다]②
AI가 초급 업무 대체…청년 고용률 28개월째 하락
신입 채용 감소, 미래 숙련인력 양성 기반 약화 우려
실전 프로젝트·현장 경험으로 청년의 성장 경로 넓혀야

[이데일리 신영빈 김현아 기자]“신입에게 주어지는 일 자체가 줄어든 느낌입니다.”

올해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판교의 한 정보기술(IT) 기업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자료 조사와 보고서 초안 작성 등 신입사원이 주로 맡던 일을 인공지능(AI)이 대신하면서다. 기업은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신입사원이 일을 통해 산업과 조직을 이해하고 실무 역량을 쌓을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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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고용률은 하락세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8월 평균 15~29세 고용률은 43.8%로 전년 대비 1%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개월 수 기준으로는 28개월 연속 하락이다. 반면 올해 1분기 전체 사업체 구인 인원과 채용 인원은 각각 3.4%, 4.6% 늘었다. 전체 채용은 증가했지만 청년 고용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청년 고용 부진을 AI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청년인구 감소와 경기 둔화, 기업의 조직 축소, 수시채용 확대와 경력직 선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지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I를 신입 채용 감소의 단일 원인으로 보기보다 “이미 진행 중이던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어려움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첫 일자리 줄면…숙련자는 누가 키우나

신입사원은 자료 조사와 보고서 작성 등 초급 업무를 통해 산업의 맥락과 조직의 판단 기준을 익힌다. 기업에는 효율화 대상인 업무가 신입에게는 숙련자로 성장하는 첫 단계인 셈이다. 신입 채용 감소가 장기화하면 미래의 숙련인력과 중간관리자 양성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강혜란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노동시장 경직성이 AI 시대 청년 고용 충격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도입으로 인력을 줄여야 할 때 기존 인력의 조정이 어려우면 신규 채용부터 줄이게 된다”며 “국내 노동시장 경직성 때문에 신입 채용 감소 충격이 다른 나라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입 채용을 단기 생산성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기 2~3년은 업무를 익히고 전문성을 쌓는 기간인 만큼 미래 인재에 대한 투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의 인건비를 줄이려다 장기적으로 숙련인력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

이찬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는 “자료 조사와 보고서 초안은 회사에는 값싼 업무였지만 신입에게는 수업이었다”며 “모두 경력직만 찾고 아무도 키우지 않으면 10년 뒤 AI의 결과물을 판단할 중간관리자를 길러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기업 사례도 AI를 통한 업무 자동화와 인력 대체가 모든 문제의 해법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 IBM은 인사 등 경영지원 업무에 AI를 도입해 인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했지만, 채용과 평가, 갈등 관리처럼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업무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 사례에서도 자동화가 숙련인력의 역할을 모두 대신할 수 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품질을 판단하고 오류를 찾아내는 일에는 현장 경험과 사람의 판단이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구체적인 인력 감축·재고용 경위와 AI 도입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취업만 기다리지 말고…청년의 실전 경험 늘려야

청년 고용 위기에 대응하려면 교육과 경력 형성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청년들이 기업 취업에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일을 만들고 가치를 창출하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딸에게도 창업을 권하며 집 안 거실을 함께 일하는 공간으로 바꾸고, 집안일에도 역할과 대가를 정해 직접 일하고 수익을 얻는 경험을 하도록 했다. 구 변호사는 “가라지(Garage·차고) 창업이 아니라 거실 창업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서 AI가 노동과 직업의 개념을 바꾸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로 기존에 8시간 걸리던 일을 1~2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면 남는 시간을 다른 일이나 새로운 도전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미래 교육도 지식 전달과 시험 중심에서 벗어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직접 실험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장보다 실제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취지다. 자신이 20대로 돌아간다면 “무조건 창업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강 교수는 대학과 기업의 연계를 강화해 청년들이 재학 중부터 현장 경험을 쌓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학 졸업 후 취업 교육을 시작하는 방식으로는 늦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1~2학년 때부터 민간기업과 공기업, 지역 기업 등과 연계해 실습과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실제 업무를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입 채용 줄면 10년 뒤 숙련인력도 부족…AI 시대의 역설
신입 채용 줄면 10년 뒤 숙련인력도 부족…AI 시대의 역설
기업들도 실전형 AI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KT는 신입사원 입문 교육 과제를 AI 홍보 영상 제작에서 AI 에이전트와 다중 에이전트를 직접 개발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직원들이 만든 에이전트를 공유·재사용하는 사내 플랫폼 ‘AX 인사이트’도 운영한다. AI를 단순히 사용하는 데서 나아가 업무에 필요한 기능을 설계하고 활용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KT의 ‘에이블스쿨’은 대학 4학년과 졸업자를 대상으로 6개월간 AI·디지털 직무 교육을 제공한다. 교육의 70% 이상을 실전 프로젝트로 구성했으며, 지난 6년간 4000명이 졸업했다. 이 가운데 50%가 대기업에 입사했다. 우수 수료생은 KT그룹 입사 시 서류 심사를 면제받는다.

SK그룹은 취업 연계를 전제로 하지 않는 장기 프로젝트형 교육 ‘SK AIGEN(아이젠)’을 도입했다. 만 19~34세 청년 약 50명을 대상으로 2027년 3월부터 22개월간 운영하는 비학위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는 매월 300만원의 성장지원금을 받으며 AI를 활용해 개인·기업·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서울대 AI연구원과 분야별 전문가도 교육에 참여한다.

현직자 멘토링 플랫폼 ‘잇다’를 운영하는 조윤진 레디앤스타트 대표는 기업이 실제 현장의 문제를 청년과 공유하고 짧게라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나 사흘, 일주일 단위의 프로젝트도 청년에게는 경력의 출발점이 되고 기업에는 잠재 인재를 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도입은 신입의 초급 업무와 첫 직장 진입 기회를 줄일 수 있지만,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기회도 넓힐 수 있다. 관건은 청년이 AI 활용 능력뿐 아니라 기초 역량과 실무 경험을 쌓고 새로운 일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성장 경로를 마련하는 것이다. AI가 신입의 일을 대신하더라도 미래의 숙련자를 키우는 과정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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