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채 폭탄 우려…내년 역대급 물량 온다

박미경 기자I 2024.12.10 11:20:00

[2024 회사채 결산]④
기준금리 인하로 공사채 발행 여건 좋아져
내년 공사채 만기 도래액 65조4000억원
“부동산 관련 공기업들의 발행 증가세”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연말 채권 시장 수급 상황은 나쁘지 않지만, 만기 도래를 앞둔 공사채 물량이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통상 신용등급 AAA급 우량물이 늘어나면 채권시장 시중 자금을 흡수해 구축효과를 일으킨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의 경우 발행 금리가 올라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0일 본드웹에 따르면 지난 3일 한국전력공사는 2년물 3000억원, 3년물 2000억원, 5년물 2000억원 등 총 7000억원 규모로 한전채를 찍었다.

주목할 점은 금리 수준이다. 이날 한전채 발행금리는 2년물 2.900%, 3년물 2.868%, 5년물 2.919%로 나타났다. 올해 초 4%대 초반에서 100bp(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발행 여건이 좋아지면서다.

금리 메리트에 따라 한국전력뿐만 아니라 하반기 에너지 공기업들도 채권 발행을 위한 자금 조달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 겨울철 난방 수요가 늘어나면서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가스공사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공사채 조달을 마쳤다.

이 외에도 경기주택도시공사,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충북개발공사 등이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과 내년 크레딧 시장의 주요 변수 중 하나는 단연 공사채 발행”이라며 “공사채 발행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초우량물이 수급을 모두 가져가면서 타 채권이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내년에는 역대급 규모의 공사채 만기가 다가온다. 본드웹에 따르면 내년 공사채 만기 물량은 총 65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2년 30조8000억원 △2023년 35조4000억원 △2024년 56조1000억원 등의 순으로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중 내년 한전채 만기 도래액은 18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공사채 만기 물량 중 28.4%에 달하는 규모다. 최근 정부의 단계적인 전기료 인상에 따라 올해 들어 한전채 발행은 진정되는 모습이었다. 다만 추가적인 전기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또다시 한전채가 채권시장 수급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어 한국주택금융공사(HF),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부동산 관련 공기업들의 발행 증가도 변수다. 부동산 경기 악화에 기존 사업 자금 회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채권 발행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신생아 특례대출, 디딤돌대출 등 정책 지원성 대출 상품 출시로 인해 자금조달 수요가 증가했다.

실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올해 창사 이래 첫 공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전세사기로 인해 대위변제액이 급증하자 선제적 자본 확충에 나선 모습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한전채 순발행 규모 급증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부동산 관련 공기업들의 발행으로 공사채 발행액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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