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점포 두 칸을 빌려 장사하던 임차인도 그렇게 계산했다. 2022년 12월 26일, 그는 임대인 계좌로 800만 원을 보냈다.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법원에 낸 소장은 아직 송달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 800만 원이 들어가면서 밀린 차임은 석 달치 아래로 내려갔다. 소장 부본은 그다음 날 그에게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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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은 다른 공유자들에게 관리권한을 위임받아 이 건물 1층의 점포 두 칸을 임차인에게 빌려주었다. 약 132제곱미터짜리 점포가 월 550만 원, 약 50제곱미터짜리 점포가 월 330만 원, 합쳐서 월 880만 원이었다. 석 달치는 2,640만 원이다. 임대인이 해지 의사표시를 적은 소장을 제출한 2022년 12월 13일 기준으로 밀린 차임은 2,751만여 원이었다. 800만 원이 들어간 뒤인 12월 27일 기준으로는 1,951만여 원이었다.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갈린 지점은 이 두 금액이다. 1심은 해지 의사표시가 임차인에게 도달한 12월 27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 시점에는 밀린 차임이 석 달치에 미치지 못하므로 해지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임대인이 해지권을 행사한 12월 13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때 이미 석 달치를 넘었으므로 해지권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 뒤 임차인이 일부를 갚아 석 달치 아래로 내려갔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임대인이 그 후의 차임을 이의 없이 수령하는 등 해지권을 묵시적으로 포기했다고 볼 사정이 없는 이상 해지권은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대법원 1991. 10. 22. 선고 91다22902 판결 참조).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았다. 차임연체액이 석 달치에 달하였는지는 해지권의 발생요건이므로 석 달치에 달하면 해지권은 즉시 발생하고, 해지 의사표시가 도달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해지권의 발생과 행사를 나눈 판단이다. 해지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해야 효력이 생기지만, 그 권리가 생겼는지는 행사할 때 이미 정해져 있다. 소장으로 해지하면 제출과 송달 사이에 보름 안팎이 빈다. 그 사이 임차인이 일부를 갚는 것만으로 해지를 막을 수 있다면, 임대인의 해지권은 임차인의 송금 시점에 좌우된다. 다만 이 판단이 임차인에게 늘 불리하게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임대인이 해지를 주장하면서도 들어오는 차임을 아무 말 없이 계속 받아 왔다면 해지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여지가 남는다. 대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뒤늦게 갚았다는 사정만으로 해지권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그 뒤 임대인이 어떻게 처신했는지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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