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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 육박…“일시적 충격 아닌 장기 변수”
이날 시장을 가장 강하게 압박한 것은 다시 치솟은 국제유가였다. 글로벌 원유 가격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이날 장중 99달러를 넘어서며 7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정규 거래에서는 0.9% 상승한 배럴당 97.92달러에 마감했지만 장 마감 뒤 다시 99달러 수준으로 뛰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8% 오른 94.08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6거래일 연속 오르며 지난 3월 이후 최장 상승세를 이어갔다.
중동의 에너지 공급망 자체가 전장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친이란 후티 반군이 사우디 남부 에너지시설을 공격하면서 일부 시설의 가동이 중단됐다. 여기에 장 마감 직후 미군이 하르그섬과 자스크 인근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폭스뉴스가 미 고위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격 대상에는 이란 원유 운반선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가 이뤄지는 핵심 거점이다.
제프 더구라히안 론디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에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일시적인 혼란이라기보다 시장의 더 장기적인 배경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월가가 가장 경계하는 시나리오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사우디 에너지시설과 이란 원유 수출망까지 위험에 노출되면 고유가가 일시적 충격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그룹은 “에너지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서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는 없다”며 “원유가 90달러 중반에서 세 자릿수에 접근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번 주 물가지표가 온건하게 나오더라도 어느 순간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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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는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연준의 셈법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8월 고용보고서에서 고용 증가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돈 데 이어 유가까지 뛰면서 시장의 금리 인상 기대는 빠르게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40분 기준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오는 15~16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60.4% 반영했다.
시장의 시선은 10일 생산자물가지수(PPI)와 11일 소비자물가지수(CPI)로 향한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에 따르면 8월 CPI는 전월 대비 0.4% 올라 전월보다 상승폭이 확대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휘발유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0.2% 상승에 그쳐 전년 대비 상승률이 2.4%로 둔화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헤드라인 물가와 근원 물가가 엇갈릴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문제는 중동발 유가 상승이 8월 지표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크리스 라킨 모건스탠리 이트레이드 전략가는 “지정학적 긴장과 유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시장이 인플레이션 논의 이외의 것에 집중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 해킷 네이션와이드 수석 시장전략가도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기가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며 “사실상 이것이 현재 투자자들이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채권시장도 이를 반영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8%를 넘어선 뒤 4.79% 안팎에서 거래됐다. 높은 무위험 수익률이 지속되면서 주식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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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하락에도 기술주 내부에서는 또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AI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반도체주는 강세를 보인 반면 AI가 기존 사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에 소프트웨어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인텔은 이날 9.05% 급등했다.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 데다 노스랜드증권이 사업 정상화 진전을 이유로 투자 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로 높인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AMD는 5.9%, 브로드컴은 2.98% 올랐다. 퀄컴은 아마존과 맞춤형 AI 반도체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3.2% 상승했다. 반에크 반도체 ETF(SMH)도 1.2% 올랐다.
반면 오픈AI가 지난주 공개한 최신 AI 모델 ‘GPT-6 아스트라(Astra)’는 소프트웨어업계의 ‘AI 대체 공포’를 다시 불러냈다. 세일즈포스와 인튜이트가 약 4%씩 떨어졌고 서비스나우는 5% 하락했다. S&P500 소프트웨어·서비스 지수는 1.4% 밀리며 이틀 연속 하락했다.
제드 엘러브룩 아르젠트캐피털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아스트라가 소프트웨어 산업의 파괴에 대한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켰다”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수혜주는 강세를 보이고 소프트웨어주는 약세를 보이는 과거 흐름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AI 랠리가 모든 기술주를 함께 끌어올리는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AI에 의해 수요가 늘어나는 기업과 AI가 기존 수익모델을 잠식할 수 있는 기업 사이의 차별화가 다시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유가와 물가, 연준이라는 세 변수가 동시에 증시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장 마감 이후 하르그섬 인근 공격 소식까지 더해진 만큼 브렌트유가 100달러선을 넘어설지가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이번 주 물가지표에서 인플레이션 둔화를 확인하더라도 연준의 금리 결정과 증시에 주는 안도감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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