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기고]②핵잠수함 시대, 핵연료 공급망이 국가 경쟁력 좌우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관용 기자I 2026.07.03 06:00:00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특임교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객원연구원

KakaoTalk_20260305_175527019
최근 우리 사회에서 핵추진잠수함 확보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면서 장기간 은밀한 작전이 가능한 핵추진잠수함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핵추진잠수함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핵연료 공급체계다.

핵추진잠수함은 선체와 원자로, 전투체계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결합된 전략무기다. 하지만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핵연료 공급망이 뒷받침돼야 한다. 잠수함 건조 능력만으로는 완전한 전략자산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현재 핵추진잠수함용 연료는 크게 고농축우라늄(HEU)과 저농축우라늄(LEU)으로 구분된다. 최근에는 핵비확산 체제를 고려해 LEU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향후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는 방향을 검토한다면, 국제규범과 핵비확산 원칙을 고려한 연료 체계 역시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 우리는 필요한 핵연료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은 원전 설계와 건설, 핵연료 제조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분야는 여전히 국제 협정과 제도적 제약의 영향을 받고 있다. 상업용 원전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더라도, 장기간 운용되는 국가 전략사업에서는 공급망 안정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핵추진잠수함은 수십 년 동안 운용되는 전력이다. 건조 이후에도 핵연료 공급과 정비, 기술 축적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만약 핵연료 확보를 해외 공급망에 크게 의존한다면 국제정세 변화나 공급국 정책 변화가 장기적인 운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핵추진잠수함 논의는 단순한 함정 건조사업을 넘어 에너지와 원자력 산업, 외교를 함께 고려하는 국가 프로젝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핵연료 공급망을 포함한 종합적인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다.

농축과 재처리 문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들 기술은 종종 핵무기와 연결돼 인식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 아래 평화적 목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국제규범을 준수하면서 신뢰를 축적하는 것이다.

일본은 이러한 접근을 통해 핵연료주기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보해 왔다.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농축시설과 재처리시설을 운영하며 원전 산업 경쟁력을 높였고, 장기적인 기술 기반도 구축했다.

우리나라 역시 원전 건설과 핵연료 제조 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 앞으로는 핵연료주기 전반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중장기 전략이 요구된다. 이는 원전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미래 에너지 안보와도 직결되는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핵추진잠수함 정책과 연계한 핵연료주기 발전 전략을 마련하고,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방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장기적인 외교·산업 전략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저농축 핵연료 기술과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미래 원자력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기술과 인재에서 나온다. 국제사회와의 신뢰를 유지하면서 평화적 핵 이용 확대를 위한 협력도 지속해야 한다.

핵추진잠수함은 단순히 잠수함 한 척을 건조하는 사업이 아니다. 에너지 안보와 국방, 첨단기술, 원자력 산업이 맞물린 국가 전략의 산물이다. 선체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건조할 수 있지만, 핵연료 공급망은 오랜 시간에 걸친 기술 축적과 국제적 신뢰가 뒷받침돼야 구축할 수 있다.

핵추진잠수함 시대를 준비하는 출발점은 조선소가 아니라 핵연료 공급망이다. 앞으로 관련 논의도 함정 건조를 넘어 핵연료주기와 공급망, 국제협력까지 함께 아우르는 방향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특임교수/한국군사문제연구원객원연구원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