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 노조 가입 가능해진다…ILO 핵심협약 비준 동의안 의결

김소연 기자I 2020.07.07 10:00:00

국무회의서 ILO 핵심협약 비준안 심의·의결
정부 "올해 안에 관련법·ILO 비준안 통과 목표"
20대 국회서 폐기…거대 여당 강행 통과할 듯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정부가 노동자 단결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비준동의안을 21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20대 국회에 ILO 핵심협약 미비준 4개 조항 중 3개 조항에 대한 비준 동의안과 관련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폐기됐다.

정부가 제출한 ILO 핵심협약과 관련된 법 개정안을 놓고 노사 역시 반대가 큰 상황이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안과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는 7일 국무회의에서 ILO 핵심협약 가운데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 제98호,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 비준안을 심의·의결했다.

ILO 핵심협약은 국제노동기구가 채택한 기본적 노동권의 보장과 관련한 국제규범이다. 190개 협약 중 8개 협약은 핵심협약으로 정했다. ILO 187개 회원국 중에서 146개국이 핵심협약 8개를 모두 비준 완료했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연합뉴스 제공.
◇“ILO핵심협약 비준 올해 안에 통과 목표”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전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대부분의 선진국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있고, 한국도 1996년 OECD 가입 당시부터 최근까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해왔다”며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고, 가급적이면 올해 안에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이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4개 가운데 제87호, 제98호, 제29호 3개는 각각 강제노동을 금지하며, 노조의 자유로운 구성을 보장하고, 노조 가입으로 인한 불이익을 막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87호)은 ‘노동자는 어떠한 차별도 없이 스스로 선택해 단체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단결권 및 단체교섭협약(98호)은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가입을 이유로 고용 거부 등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노동자는 누구나 원하는 단체에 가입할 수 있고, 이를 이유로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를 수용할 경우 해고자나 시민단체 활동가 등도 노조 가입이 가능해져 경영계가 가장 반발하는 조항이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이 단순히 노동의 문제를 넘어 실제적인 경제 문제로 확대하고 있어, 비준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EU)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상 분쟁해결 절차를 개시하면서 한국 정부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압박해왔다. EU측은 전문가 패널에 회부하는 절차를 통해 한국 정부에 향후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된 정부의 공식 입장과 계획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한국은 지난 2월 전문가패널에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노력 등 입장을 제출했다. 전문가 패널은 EU와 한국 양측의 입장을 파악하고, 이를 평가해 패널 보고서를 발간하는 절차가 남았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전문가 패널, 한국과 EU 측 대면 심리가 어려워 현재 심리 시기와 방식을 논의 중이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민주노총과 ILO긴급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조건 없이 비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노사 양측 모두 반대…관련 법·비준안 통과 난망

노동계와 경영계가 ILO 핵심협약을 놓고 모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법 통과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으로 인해 오히려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기업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의 단결권을 강화한 만큼 경영계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같이 마련해야 노사 힘의 균형이 쏠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경영계에서 요구했던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과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개선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 내놓은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ILO 핵심협약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입장이다. 노동관계법 개정안에 경영계가 요구했던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과 파업시 직장 점거 제한 등 ILO 핵심협약과 무관한 사안을 포함시켰다며 반대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관련 법 통과를 기다리지 말고 우선 비준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관련 법안과 비준안이 함께 통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LO 핵심협약이 비준되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게 돼 협약 내용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 국내법 해석·적용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중 105호는 향후 추가적인 검토 후 비준을 추진하기로 했다. 105호는 정치적 견해 표명, 파업참가 등에 대한 처벌로 강제 노동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는 국내 법체계 상 징역형 자체를 삭제하거나 금고형으로 전환하는 개정이 필요하나 한국 형벌체계 자체를 바꿔야 해 추가 검토를 하기로 했다.

임 차관은 “105호의 경우 분단 국가 상황을 고려한 국민 법 감정,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며 “형벌체계 자체를 검토해야 하는 문제라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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