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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만에 남북회담 제안한 北…"당대회 기점으로 국면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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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은 기자I 2016.05.22 16:43:41

주말새 군사회담 제안…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회담 제의
北김정은 당대회서 군사회담 필요성 제기 이후 잇단 '대화 공세'
정부 "비핵화 우선돼야…진정성 없어" 일축
남북 대화 보다 美·中 의식한 포석이란 분석도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북한의 태도가 바뀌었다. 지난 6~9일 제7차 노동당 대회(당대회)를 치르고 나서 돌연 남북 관계 개선과 대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당대회 직전까지 ‘청와대 불바다’ 발언을 일삼으며 우리 정부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에 열을 올렸던 것을 생각하면 극적인 변화다.

22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21일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이용해 인민무력부 명의의 대남통지문을 우리 국방부 앞으로 보내왔다. 통지문은 남북간 군사 긴장 완화 등을 위해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 남북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열자는 내용이었다.

20일 북한 국방위원회 공개서한을 통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군사회담 언급에 지체없이 화답하라고 촉구한 데 이어 연이틀 남북 군사회담을 제의한 것이다. 북측에서 공식적으로 남북회담을 제안한 것은 지난해 11월 고위급(차관급)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제의한 이후 반년만이다.

핵실험 이후 얼어붙은 남북관계…당대회 기점으로 돌연 대화 제의

남북관계는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이산가족 상봉과 각급 회담이 성사되면서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연초부터 북한의 4차 핵실험(1월)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이에 대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 이후 급속하게 냉각됐다.

특히 북한이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당대회를 앞두고 수차례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한 데다, 지난 4월 초에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던 종업원 13명이 집단탈북해 국내로 귀순하면서 남북간 긴장감은 고조돼 갔다.

북한이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은 당대회 때 부터였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를 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강조했고, ‘남북간 군사 회담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언급했다.

이후 지난 16일 북한은 정부·정당·단체 명의의 공동성명을 통해 “남조선 당국이 민족자주, 민족대단결의 입장에서 그 어떤 제안을 내놓는다면 그에 대하여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고, 지난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했다.

민간 차원에서는 당대회 개막일인 지난 6일 북한 노동자 단체가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하기도 했다. 올해 광복절(8.15)을 계기로 서울에서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 개최를 추진하자는 우리측 단체의 제안에 호응한 것이다.

정부 “진정성 없다”…中·美와 협상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정부와 대북 전문가 집단에서는 북한의 이같은 변화에 ‘예상한 대로’라는 반응이다. 실제로 당대회 전부터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당대회를 기점으로 대남 평화·선전공세에 나서는 한편, 중국·미국 등과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당대회에서 밝힌 남북관계와 통일 방안에 대한 내용은 북한이 지난 수십년간 주장해온 내용과 다를 것이 전혀 없다”면서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고 핵이 자위적인 조치라며 한반도 정세 악화는 남한과 미국의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화 공세 등을 통해 이같은 주장의 정당성을 마련하고, 잘 안되더라도 차후 도발이나 핵개발 등의 명분으로 마련하려는 노림수 ”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제의한 대화가 군사회담이라는 점도 북한이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이나 비핵화에 관심이 없다는 방증이라는 것이 정부측 입장이다.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 위해 군사회담을 제안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당대회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중지, 서해에서의 군사적 긴장·충돌 위험 해소를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의 이번 회담 제의가 현 정부 보다는 차기 정부 혹은 미국, 중국과의 협상으로 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측에서 우리 정부와의 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조금 더 큰 목적으로 가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며 “남북대화 제의로 명분을 쌓고 미국과 중국에 비핵화 대화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대외관계에서 큰 방향 전환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당대회에서 천명하는 노선이나 정책은 향후 5~10년을 염두에 두고 발표하는 것”이라며 “현 정부보다는 차기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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