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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가수 하림(본명 최현우)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가기관 주최행사에서 갑작스럽게 섭외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이유는 작년에 광장에서 노래를 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림은 12·3 계엄 사태 이후인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올라 공연한 바 있다.
그는 “이후 떠들썩하게 인터뷰로 이어진 상황이 누군가 보기에 불편했던 모양이다”라며 “죄없는 실무진들을 보아 괜찮다고 했지만 뒤를 이어 함께 노래한 다른 동료나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일은 옳지 않은 것 같아 이곳에 남긴다”고 전했다.
이어 “남북 청소년 관련 행사라 낮은 게런티에도 불구하고 함께하기로 하고 이미 포스터까지 나왔는데 이런 식의 결정을 한 것은 또 다른 블랙리스트 같은 오해를 부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이럴수록 우린 계속 사랑과 저항과 자유를 노래하자”고 강조했다.
하림이 참여키로 했던 행사는 통일부가 ‘북한인권 공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달 28일 개최 예정이던 ‘남북 청년 토크콘서트’였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일었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K문화강국위원회·문화예술위원회는 다음 날 기자회견을 열고 “공연 포스터까지 인쇄된 상태에서 이뤄진 일방적 배제는 예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민주주의 사회의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며 “하림 섭외 배제를 결정한 기관은 배제 결정이 내려진 경위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공기관이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가진 예술인에게 불이익을 줬다면 이는 명백한 헌법적 권리 침해”라며 “이번 사건을 포함한 정치적 배제 사례를 조사해 정권 교체 이후 신속히 시정할 수 있는 대응 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정책본부에 제안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림은 이같은 논란에 다시 한번 글을 올리고 “한때 실재했다고 알려진 블랙리스트가 지금도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다”며 “결국은 어느 중간관리자의 눈치 보기에서 비롯된 일 아닐까. 조직적인 탄압이라기보다,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두려움의 구조로 이해한다”고 했다.
그는 “그때마다 ‘네, 알겠습니다’ 하고 조용히 물러났지만, 그렇게 조용히 넘겨온 일들이 결국 우리 모두의 입을 닫게 만든다”며 공론화 한 이유에 대해 “싸움이 되지 않도록, 상처 주지 않도록, 그러나 침묵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음악은 칼도, 방패도 아니기를. 하지만 그 ‘뿐’인 음악이 누군가에게는 젊은 날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며 “그 음악이 전부인 친구들이 낙엽처럼 정치적 이슈에 쓸려 다니지 않길 바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음악이 더 안전한 곳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글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