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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TR "한국만 망 사용료" 공세…실상은 미국이 '원조' 징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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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 기자I 2026.05.04 11:21:55

넷플릭스·FCC 문건으로 확인된 美 ‘망 사용료’ 10년 관행
USTR 주장, 자국 사례와 충돌하는 사실 왜곡 논란
EU·독일·프랑스도 ‘망 대가’ 인정…글로벌 표준으로 확산
AI 시대 트래픽 급증…구글 등 ‘무임승차’ 해소가 핵심 쟁점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소셜미디어(X)를 통해 “세계 어느 나라도 인터넷 트래픽 전송에 네트워크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지만, 한국만 예외”라며 우리 정부를 정조준했다. 하지만 이는 자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명백한 사실 왜곡이자, 미국 내에서 10년 넘게 이어져 온 거래 관행을 부정하는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망 사용료에 대한 USTR의 주장과 한국 측 입장 정리(자료=통신 업계)


넷플릭스 2014년 FCC 진술서에 “망 사용료 지불” 명시

4일 통신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USTR의 핵심 주장인 ‘한국만 망 사용료를 부과한다’는 논리는 미국 내 공식 문건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미국 콘텐츠 사업자(CP)인 넷플릭스의 증언이다. 2014년 넷플릭스 켄 플로런스 부사장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진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14년 2월 컴캐스트(Comcast)와 합의를 맺고 착신 접속료(망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했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2016년 FCC의 차터-TWC 합병 승인서에는 AT&T, 버라이즌, 센추리링크 등 미국의 대형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들이 이미 CP들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아왔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망 사용료는 한국만의 규제가 아니라 2010년대 미국 시장에서 먼저 자리 잡았고, 현재는 유럽연합(EU) 등 글로벌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미국 내 주요 ISP들이 넷플릭스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지불받고 있음이 FCC 문서를 통해 이미 확인된 바 있다”며 “망 이용은 원칙적으로 유상이며,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오랫동안 작동해 온 상거래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망 중립성은 면죄부 아냐” 미국 법원도 ‘유상성’ 인정

USTR은 망 중립성을 근거로 내세우지만, 이 역시 개념을 잘못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5년 미국의 ‘망 중립성 명령서’ 제30항은 망 중립성 규칙을 ISP와 CP 간의 직접 연결(상호접속)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비디오 트래픽 폭증으로 인한 직접 연결은 시장의 자율적 계약 영역이지, 망 중립성 위반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글로벌 흐름도 USTR의 주장과는 반대로 흐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대형 트래픽 유발 사업자에게 망 비용을 분담하게 하는 ‘공정 기여(Fair Share)’ 입법을 추진 중이다. 특히 EU 집행위원회는 디지털 네트워크법(DNA)을 통해 통신사와 빅테크 간 협상 결렬 시 규제 기관이 중재에 나서는 자발적 조정 절차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독일 법원도 메타(Meta)가 도이치텔레콤에 망 사용료를 지불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며 ‘지불 원칙’에 힘을 실어줬다.

프랑스 역시 공정위와 법원 판결을 통해 트래픽 비율 초과 시 무정산(free-peering)을 거부할 수 있음을 합법으로 인정했으며, 이에 따라 구글과 넷플릭스는 프랑스 내에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내 판례와 EU 사례 모두 존재하는데 한국의 입법 시도만 문제 삼는 것은 모순”이라며 “망 이용대가는 한미 FTA에 어긋나거나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작동하는 일반 원칙임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미국 CP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부가통신사업자 일일 평균 트래픽 현황(자료=과기정통부)
AI 시대 트래픽 폭증…‘무임승차’ 해소가 진정한 차별 금지

국내 업계는 USTR의 압박이 결국 구글 등 미국 빅테크의 이익을 대변하는 통상 압력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은 물론 메타, 아마존, 애플, 디즈니+ 등 대부분의 사업자가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망 대가를 지불하며 상생하고 있지만, 구글과 넷플릭스만은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구글은 국내 트래픽의 30.6%, 넷플릭스는 6.9%를 점유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무임승차’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고화질 영상과 대규모 데이터 학습으로 트래픽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인프라 투자 비용을 통신사가 전액 부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정상 교수는 “이러한 불균형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심화시키고, 국내 ISP의 네트워크 투자재원 확보에 심각한 한계를 초래한다”며 “통신사가 적정한 대가를 받지 못할 경우 그 부담은 결국 일반 소비자의 요금 인상이나 네트워크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22대 국회 ‘망 사용료’ 관련 법안 3건 계류...통과된 법안 없어

22대 국회에는 이해민·김우영, 이정헌, 최수진 의원의 망이용계약 관련 법안이 3건 발의돼 있다. CP와 ISP 간 자율계약을 할 것이냐 의무적으로 계약 체결할 것이냐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정당한 망이용료를 받자는 데 공통점이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국 ISP들이 자국 내에서 10년 넘게 받아온 대가를 한국에서는 무역장벽이라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잣대”라며 “특정 글로벌 CP의 무임승차를 막고 공정한 계약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한미 팩트시트에서 언급된 ‘비차별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기업이 망 사용료, 플랫폼 규제 등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국회에서 발의된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이 있으나 통과된 법안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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