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정부를 움직였다. 기존에는 정수기 사용자가 냉수나 냉온수 기능을 추가로 사용하고 싶으면 사용하던 제품을 폐기하고 새 제품을 구매해야 했다. 앞으로는 모듈 단위로 제품을 구성하고 변경할 수 있는 가전 출시가 가능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모듈형 제품 출시를 지원하기 위해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운용 요령을 개정한다고 8일 밝혔다. 일정한 규격의 완제품 단위로만 제조·판매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기반을 둔 종전의 규정을 개정함에 따라 앞으로 다양한 모듈형 제품이 개발·출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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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은 모듈에 대한 개념을 ‘일체형 제품과 달리 모듈형 제품에 결합해 기능을 추가·변경할 수 있는 부분품’으로 정의하고, 모듈형 제품이 전기용품 인증 제도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이 모듈 조합에 따른 모델별로 안전 인증을 받으면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모듈을 구성한 제품’과 ‘사용 중 모듈의 추가·분리로 기능이 변경된 제품’도 안전 인증을 취득한 것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모듈에 안전인증사항을 표기하도록 해 모듈의 추가·분리로 변경한 세부품목에 대해 표시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제품을 자유롭게 구성해 살 수 있다. 제품을 사용하는 도중 기능 변경도 할 수 있다. 이상훈 국가기술표준원장은 “다양한 융복합 기술 발전과 새로운 제품 출시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위해 제품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제도와 규정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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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포크 정수기 모듈형 가전 ‘포문’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정수기’가 대표적인 모듈형 가전이다. 이 제품은 정수, 온수, 냉온수 기능을 고객의 선택에 따라 결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지난 3월 ‘규제 샌드박스 임시 허가’를 받았다. 이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하는 제도다.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가전과 같은 전기용품은 완제품 형태만 인증을 취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전업계에는 일찌감치 소비자가 원하는 색상과 디자인을 원하는 대로 조합할 수 있는 모듈 개념이 도입됐다. 앞서 출시된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냉장고와 LG전자(066570)의 오브제가 모듈형 개념이다. 다만 이 경우 기능이 바뀌는 것이 아니어서 안전성의 문제가 없어 별다른 인증이 필요 없었다. 모듈형 가전이 디자인적인 측면을 넘어 기능으로 확대하며 법 개정의 필요성이 커졌다.
국표원 전기통신제품안전과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서 모듈형 정수기 출시를 먼저 신청했다”며 “정수기 이외에도 다음에 이런 제품이 나올 수 있어서 이런 제도에 대한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모듈형 가전에 대한 규제가 해소되면서 앞으로 가전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한 제품 출시가 활발할 전망이다. 이는 환경적인 측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기능을 업그레이드 한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을 버리고 새로 사야 했다”며 “모듈형은 사용하고 있는 제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모듈만 구매해 바꾸면 되기 때문에 친환경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