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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총리, 주택 위기에…조기총선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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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지 기자I 2026.10.06 06: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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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체스 총리, 11월 29일 조기총선 선언
주거난 법안 부결…좌파 지지층 집결할까
지지율 보수 야권 우세…극우 연정 가능성도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스페인 정부가 주택 위기와 이민 문제, 측근들의 잇단 부패 의혹 등으로 정치적 압박을 받으면서 5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을 선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11월 29일 조기총선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예정보다 수개월 앞선 것이다.

조기 총선의 결정적인 계기는 이달 2일 주거난 해결 대책이 의회에서 부결된 것이었다. 산체스 총리는 급증하는 강제퇴거와 치솟는 임대료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관련 대책을 추진했다. 최근 마드리드에서 87세 여성 마리아 델 카르멘 아바스칼이 집에서 퇴거당한 사건은 스페인 주택 위기를 상징하는 사례로 떠올랐으며, 주거난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의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좌파 연립정부가 제안한 주택 대책 패키지가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했고, 이는 산체스 총리의 연정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져 핵심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동시에 산체스 총리 입장에서는 좌파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정치적 쟁점도 확보하게 됐다.

5일(현지시간)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11월 29일 조기 총선을 발표한 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사회당 연방 집행위원회(CE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5일(현지시간)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11월 29일 조기 총선을 발표한 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사회당 연방 집행위원회(CE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산체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광범위한 개혁을 추진하려면 의회에서 훨씬 더 큰 진보 진영의 다수를 확보하기 위해 유권자들을 결집시켜야 한다”며 “엘리트에 맞서 새로운 사회적 진전을 이루고 스페인의 변화를 계속 추진할 수 있는 다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산체스 총리에 대한 사실상 신임투표 성격도 띨 것으로 예상된다. 산체스 총리는 이란 전쟁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맞서는 한편 재생에너지 확대와 포용적인 이민정책을 지지하면서 좌파 진영의 상징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최측근들을 둘러싼 부패 의혹으로 지지율이 타격을 입었고, 세우타 사태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그는 유권자들이 “스페인을 사회 정의의 보루”로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집권하는 곳마다 퇴행을 가져오는 극우의 물결”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도우파 국민당(PP)이 이끄는 우파 정부에 극우 정당 복스(Vox)가 참여할 가능성을 겨냥한 발언이다. 국민당은 스페인 제1야당이자 대표적인 보수 정당이다.

국민당은 산체스 총리의 조기 총선 발표를 환영했다. 국민당은 수개월 동안 조기 총선을 요구해왔다.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국민당 대표는 이날 “마침내 스페인 국민이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택은 이제 손에 닿을 수 없는 수준이 됐고, 의사는 부족한 반면 파업은 너무 많다”며 “교육 수준은 떨어지고 이민은 통제 불능 상태”라고 주장했다.

복스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도 자신의 당이 총선을 치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아바스칼 대표는 이날 TV 인터뷰에서 “세우타가 침범당한 상황에서 우리는 선거를 치르게 됐고, 상대 후보는 모로코의 이해관계와 한편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산체스 총리가 해당 사태와 연관이 돼 있다는 음모론적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복스의 지지율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복스는 최근 조사에서 약 18%로 3위를 기록했고, 국민당은 30% 이상의 지지율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은 약 26% 수준이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8년간 집권하면서 여러 차례 정치적 위기를 극복한 바 있다. 마드리드 카를로스3세대의 정치학 교수 파블로 시몬은 산체스 총리가 우파 연정이 들어서면 주택권을 포함한 사회적 권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선거운동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몬 교수는 “그런 주장은 일부 좌파 유권자들을 결집시킬 수 있다”면서도 “좌파 정부가 다시 출범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스페인의 조기 총선 결정은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유럽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유로화는 달러당 약 1.12달러까지 하락해 미국 달러 대비 가치가 2025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와 별개로 스페인 경제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양호한 국가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스페인 경제는 올해 2.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유로존 전체 예상 성장률의 약 3배 수준이다.

산체스 정부는 북아프리카에서 불법으로 스페인에 들어오는 이주민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지만, 중남미 등에서 오는 이민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정책을 유지해왔다. 이런 이민정책은 스페인 경제 성장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스페인의 실업률은 현재 10%를 약간 밑도는 수준으로, 2008년 이후 가장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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