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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보양식"…붕장어의 제철은 지금이라오 [강경록의 미식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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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록 기자I 2026.09.11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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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장어의 참맛을 아는 이들의 계절
노란 수조 속 장어들의 싱싱한 활기
자산어보 기록된 오랜 역사와 전통
칼끝 예술로 빚어낸 촘촘한 잔가시
숯불 위에서 피어나는 담백한 고소함
주인장의 구수한 입담과 깊은 여운

[고흥(전남광주) 글 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 9월 중순. 전남 고흥 녹동항은 가을바람과 함께 붕장어의 진미를 맛보려는 식도락가들로 깊은 생기를 띠기 시작한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기름기가 오르는 붕장어는 이맘때 가장 맛이 깊어지는 식재료 중 하나다.
전남 고흥 녹동 장어거리
전남 고흥 녹동 장어거리
흔히 장어를 한여름 보양식으로만 떠올리지만 진정한 미식가들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를 놓치지 않는다. 붕장어의 제철은 가을로 접어들수록 기름기가 적당히 올라 여름과는 또 다른 매력의 묵직한 고소함을 선사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 기록되었을 만큼 우리 바다의 역사와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생선이다.

항구 인근에 자리한 녹동 수협활어회센터 안으로 들어서면 생동감 넘치는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쁘게 오가는 상인들의 손길과 싱싱한 횟감을 고르는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항구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전남 장흥 녹동항 인근에 위치한 녹동 수협활어회센터에는 생기넘치는 장어를 구매할 수 있다.
전남 장흥 녹동항 인근에 위치한 녹동 수협활어회센터에는 생기넘치는 장어를 구매할 수 있다.
이 생기 넘치는 회센터를 지나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장어 전문 식당들이 길게 늘어선 녹동항 장어거리로 이어진다. 거리 곳곳의 수조마다 은빛을 뽐내며 활기차게 유영하는 장어들의 모습은 이 계절이 주는 풍성함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 거친 생선을 미식의 정점으로 탈바꿈시키는 핵심은 도마 위에서 펼쳐지는 ‘칼잡이의 솜씨’다. 붕장어는 억세고 촘촘한 잔가시가 많아 손질이 무척 까다롭다. 살을 완전히 동강 내지 않으면서도 뼈를 잘게 끊어내는 미세하고 일정한 칼집이 필수다. 숙련된 주방장이 장어를 다듬는 칼질 소리는 마치 일정한 박자의 타악기 연주처럼 경쾌하다.

섬세한 손질법은 다채로운 요리로 변주된다. 뜨거운 육수에 데쳐 하얀 눈꽃처럼 피워내는 ‘샤부샤부’도 일품이지만, 가을 날씨에는 단연 숯불 구이가 제격이다. 이날 발걸음이 닿은 ‘장수식당’에서 두툼하게 썰어낸 장어를 달궈진 불판 위에 올렸다.

전남 고흥 녹동 장어거리에 위치한 장수식당의 장어구이
전남 고흥 녹동 장어거리에 위치한 장수식당의 장어구이
타닥타닥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장어는 불기운을 만나 천천히 오므라들기 시작했고, 이내 표면에 노릇노릇한 윤기가 돌았다. 잘 익은 한 점을 호호 불어 입에 넣는 순간, 민물장어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깔끔하고 담백한 감칠맛이 긴 여운을 남겼다. 진한 양념이나 과한 기름기로 혀를 지치게 하지 않고,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은은한 단맛이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이어 싱싱한 상추 위로 향긋한 깻잎과 알싸한 마늘, 짭조름한 된장을 곁들였다. 폭발적인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우는 동안 식당 주인의 구수한 입담이 테이블에 온기를 더했다. 장어의 억센 생태부터 까다로운 손질법, 불판 위에서 가장 맛있게 구워내는 타이밍까지 정감 넘치는 설명이 이어졌다. 식재료에 얽힌 생생한 이야기를 안고 맛을 보니 불판 위의 장어 한 점은 남도의 손맛을 느끼게 하는 별미로 다가왔다.

기분 좋은 포만감을 안고 식당 밖으로 나서자 짠내 섞인 가을바람이 한결 가볍게 스쳐 갔다. 그 바람 사이로 식당 앞 수조는 여전히 부산했다. 노란 바구니 안에서 쉼 없이 꿈틀대는 장어들을 바라보며 고흥의 가을 풍경을 마주했다.

전남 고흥 녹동 장어거리에 위치한 장수식당의 장어구이(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전남 고흥 녹동 장어거리에 위치한 장수식당의 장어구이(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전남 고흥 녹동 장어거리에 위치한 장수식당의 장어구이(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전남 고흥 녹동 장어거리에 위치한 장수식당의 장어구이(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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