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미의 기준에 10대 외모 강박 커져 日 여고생 "화장은 자신감 위한 장비" 화장법도 챗GPT에 상담…AI에 고민 털어놔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일본 효고현에 거주하는 17세 여고생 미사키(가명)은 매일 아침 식사보다 화장을 먼저 한다. 쌍꺼풀 테이프로 눈매를 교정하고, 컨실러로 피부 결점을 가린다.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로 얼굴을 확인하며 마음에 들 때까지 화장을 반복한다. 화장에만 2시간 반이 걸릴 때도 있다. 그에게 화장은 단순히 외모를 꾸미는 수단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견디고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일종의 ‘보호 장비’다.
홍대 경의선 숲길에서 '지뢰계' 옷을 입은 청소년들. 기사 본문과는 관련이 없는 참고 이미지. (사진=이데일리 하이니티)
26일 마이니치신문은 소셜미디어(SNS)가 제시하는 획일적인 미의 기준에 영향을 받아 외모 콤플렉스를 겪는 일본 10대 여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SNS을 통해 확산되는 일종의 ‘이상적인 외모’ 이미지가 청소년의 자존감과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미사키는 외모에 대한 불만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시작됐다고 말했다. 당시 트위터(현재 엑스)에 올라온 또래 여성들의 셀카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사진 보정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알지만 자신의 외모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큰 키 때문에 또래들에게 놀림을 받으면서 외모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졌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결국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챗GPT로 생성한 '지뢰계' 패션.(출처=챗GPT)
“못생기고 촌스러운 나는 나서면 안 된다”는 생각까지 갖게 된 미사키는 고등학교 진학 당시 화장과 복장이 자유로운 학교를 선택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화장품을 구입하고 동영상 사이트에서 화장법을 연구한다. 옷은 프릴 달린 원피스, 통 굽 부츠, 캐릭터 가방 등을 선호하는 ‘지뢰계’ 패션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챗GPT에도 화장법을 묻는다. 원하는 모양의 쌍꺼풀을 만들기 어렵다고 하자 챗GPT가 공감을 표하며 자연스러운 눈매를 연출하는 방법을 알려줬다는 것이다.
AI는 외모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상담 상대이기도 하다. 누군가 자신의 외모나 화장을 지적하면 챗GPT에 “얼굴 콤플렉스를 전혀 극복하지 못했다”며 속상한 마음을 토로한다.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그도 달라지고 있다. 미사키는 탐구활동에서 조장을 맡아 문구류 신제품 개발에 참여했고, 학생과 학부모 100여명 앞에서 성과를 발표했다. 기업 인턴십에도 도전했다. 이를 통해 사람은 외모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외모에 대한 불만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는 “나 역시 처음 만나는 사람의 외모를 본다. 외모에 대한 평가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한번 자기 외모에 이상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 평생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며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어떻게든 바꿔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