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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의 스타트업ABC]투자계약 서명한 순간, 당신은 채권자를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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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소현 기자I 2026.06.29 08:30:05
이 기사는 2026년06월29일 06시3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김종필 삼화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스타트업에게 첫 기관투자 유치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계약서 한 줄이 앞으로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 조항만큼은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김종필 삼화회계법인 공인회계사
김종필 삼화회계법인 공인회계사


투자계약서는 분위기 좋을 때 작성되는 탓에, 정작 그 안의 세부 문구는 꼼꼼히 읽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표준 양식을 쓴다고 하더라도 세부 조항은 투자사마다 다르고, 같은 항목이라도 어떤 문구는 향후 회사나 대표 개인에게 훨씬 부담이 되는 방식으로 쓰여 있기도 하다. 그러니 기분 좋을 때일수록 한 줄씩 다시 읽어보고, 협의하고 조정해 두어야 한다.

투자계약의 ‘양날의 검’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기관투자의 대부분이 보통주가 아닌 RCPS(상환전환우선주식) 및 주주간계약으로 들어오는데, 보통주와 달리 이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부터 대표 본인의 주식조차 투자사의 동의를 받아야만 처분할 수 있다. 심지어 경영상의 주요 결정(때로는 임직원 급여 인상까지)에 동의나 협의 의무가 촘촘히 붙는다. 한 집에 시어머니를 들인 셈이다.

만약 이런 계약상 의무를 어기면 투자사는 자신들의 보호장치로서 강력한 회수 수단인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을 가동할 수 있다. 상환권은 배당가능이익이 있어야 행사할 수 있는 반면, 풋옵션 행사 시에는 투자원금뿐만 아니라 복리이자와 위약벌까지 더한 금액을 회사나 대표 개인에게까지 청구할 수 있는 장치이다. 그래서 회사 입장에서는 계약 단계에서 풋옵션 발동 사유를 중대한 과실이나 핵심적인 사항 정도로 좁혀 두어야 할 것이다. 최선을 다하고도 경영에 실패한 결과까지 대표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면, 그것은 투자금이 아니라 빚에 가깝다.

한편 대표 개인에게 미치는 책임의 범위는 제도적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회사의 의무에 대표 개인의 연대책임까지 지우는 계약이 흔한 관행이었지만, 2025년 말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으로 이제는 대부분의 경우 창업자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연대책임을 요구하는 계약이 금지되었다. 창업자라면 이 변화만큼은 알아두어야 한다.

투자 이후 시간이 흘러 투자펀드 만기가 다가오고 회사의 성장이 더디면, 상황에 따라 투자자의 시선도 달라지고 계약조항을 찾아보기 시작할 수도 있다. 기존에는 누구도 문제 삼지 않던 수준의 특수관계자 거래, 대표자 가수금 처리, 결과론적으로 성과가 좋지 않았던 의사결정들은 회사가 어려워질수록 훨씬 날카롭게 되돌아온다. 이런 사항들은 딱히 잘못한 게 아니어도, 투자자는 문제를 제기하기 쉽고 회사는 완벽히 소명하기 까다로운 항목들이기 때문에 유념해 두면 좋을 것이다.

투자자는 분명 든든한 아군이지만, 계약 구조 안에서는 주주이기 이전에 엄연한 ‘채권자’이기도 하다. 이것은 좋은 투자자냐 나쁜 투자자냐의 감정적인 문제라기보다는, 투자받은 펀드의 만기와 성격, 그리고 기관들의 투자계약상 구조가 가진 태생적인 한계이다.

그래서 회사는 돈이 없어서만 망하지 않는다. 돈이 들어온 뒤 계약에 발이 묶여 더 힘들어지는 경우도 그만큼 많다. 진정으로 뛰어난 대표는 투자를 많이 유치한 사람이 아니다. 필요한 만큼만 좋은 투자사로부터 받고, 그 이후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자신이 맺은 계약의 구조와 책임까지 완벽히 이해하는 사람이다.

“에이, 회사야 잘되겠지, 이런 일이 설마 생길 리가 있나?” 이런 생각이야말로 금물이다. 투자금으로 회사의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그리고 서명한 계약이 무엇을 약속하고 있는지, 계약과 숫자를 함께 냉정하게 짚고 나서 샴페인을 터뜨려도 늦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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