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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주, 계엄군 마주치면 안 돼"…할머니가 보낸 먹먹한 문자

김민정 기자I 2024.12.06 09:53:02

45년만의 계엄 선포..트라우마 건드려
"튀는 행동 하면 안 돼" 당부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하면서 전 국민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은 가운데 과거 계엄을 경험했던 조부모와 부모 세대가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이 공개도 눈길을 모으고 있다.

(사진=SNS 갈무리)
지난 5일 온라인상에는 한 네티즌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할머니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작성자 A씨가 올린 글에는 그의 외할머니가 “우리 손자 손녀야 몸조심하자. 계엄령은 경찰이 밉다 싶으면 사람을 무조건 잡아가는 거니까 조심해”라고 걱정하며 “튀는 행동 하지 말고 길 가다가 고성도 지르지 말고 조용히 학교 다녀. 너희는 좀 맘이 놓이긴 하는데 그래도 조심하자”라고 당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지난 4일 엑스(X·옛 트위터)에 “할머니가 갑자기 전화하셔서 항상 신분증을 들고 다니고 혼자 다니지 말라고 하셨다”며 “군인을 마주치면 절대 안 된다고 우시면서 횡설수설하셨다. 비상계엄이 이렇게나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SNS 상에는 계엄을 겪어 본 할머니가 손자·손녀에게 보낸 문자가 속속 공개되며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반 시민들에게 남긴 상흔을 결코 가볍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밤 10시 25분께 윤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계엄군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했다.

국회는 계엄 선포 2시간 30여 분 후 본회의를 열고 계엄 해제 요구하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6시간여 만인 4일 오전 4시 30분께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해제를 선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3일 밤 여의도 국회의사당 위에 헬기들이 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에 시민들은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늦은 밤 뉴스를 보다 놀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이들도 많았다. 특히 과거 계엄령을 겪었던 세대에게는 잊고 싶은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이번 계엄 선포 전 우리나라 헌정사상 가장 최근 비상계엄 선포는 45년 전인 1979년이다. 당시 비상계엄 조치는 ‘10·26 사건’으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 이뤄졌다.

전국으로 비상계엄이 확대된 것은 1980년 5월 17일,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에 의해서였다. 신군부는 ‘시국 수습 방안’ 중 하나로 비상계엄을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했다.

전국 곳곳에서는 신군부를 규탄하는 집회·시위가 벌어졌는데, 신군부는 계엄 확대로 이들을 진압하고 실권을 장악했다.

비상계엄은 이듬해인 1981년 1월 24일까지 유지됐다. 그 과정에서 발생했던 일이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었다. 이때 이후로는 계엄령이 선포된 적은 없다.

온라인에서는 이번 사태로 한국의 모든 세대가 비상계엄을 경험하게 됐다는 자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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