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 중 우연히 부캉이를 만난 것이 아니다. 부캉이를 만나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다. 부산 북항친수공원에 나타난 흑상어 ‘부캉이’를 찾은 방문객들의 이야기다. SNS에서 본 영상이 여행의 이유가 되고, 평소 무심코 지나쳤을 공간이 관광명소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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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캉이가 처음 출현한 지난달 18일 이후 북항친수공원의 누적 방문객은 170만 명에 육박한다. 주말이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서고, 평일에도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부산역과 공원을 잇는 통로, 수로 주변 등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공간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북항 일대 주변 상권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캉이 출현 이후 열흘간 공원 반경 1㎞ 이내 카드 소비액은 음식점이 29%, 편의점은 35% 넘게 증가했다. 외지인의 카드 소비액과 결제 건수도 각각 22%, 32% 이상 늘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관심이 실제 방문과 소비로 이어진 것이다.
부캉이 사례엔 최근 여행 소비 트렌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닌 SNS에서 화제가 된 이야기나 장면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여행에 나서는 ‘경험 소비’다. 정해진 코스를 따라가기보다 자신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여행의 목적지와 동선을 정하는 방식이다. 관광지의 유명세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와 이야기가 여행의 목적지를 결정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문제는 부캉이의 인기가 지속적인 관광 수요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SNS에서 시작된 화제의 생명력은 길지 않다. 새로운 콘텐츠가 등장하면 관심은 빠르게 옮겨간다. 부캉이 덕분에 늘어난 북항 방문 수요가 ‘반짝 특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의 인기가 식은 뒤에도 사람들이 북항을 찾을 이유가 남아 있어야 한다.
이는 북항만의 숙제가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지금 한국 관광이 마주한 과제이기도 하다. K컬처와 SNS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된 외국인이 특정 지역이나 촬영지를 찾는 것만으로 관광의 성과를 판단해선 안 된다. 방문의 계기를 지역 경험의 출발점으로 만들어 체류와 소비, 재방문으로 연결해야 한다. 화제의 콘텐츠는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계기일 뿐, 여행의 만족도까지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이를 위해선 관광객의 동선을 안내하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외국인이 해외 카드와 휴대전화로 불편 없이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계절마다 새로운 즐길거리와 프로그램을 마련해 다시 찾을 이유도 만들어야 한다. 홍보로 높아진 기대가 현장에서의 만족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관광객이 겪는 작은 불편 하나가 지역에 대한 인상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도 놓쳐선 안 된다.
재방문으로 연결할 인프라·콘텐츠 과제
관광 데이터도 방문객 집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찾아왔고, 얼마나 머물며 어디에서 지갑을 여는지 알아야 한다. 부캉이를 보러 온 사람이 북항의 바다와 항만 풍경을 기억하는지, 주변 골목에서 만족스러운 한 끼를 경험했는지, 다시 찾을 이유를 얻었는지는 방문객 숫자만으로 알 수 없다.
화제의 발생을 뜻대로 정할 수는 없어도 화제 이후의 경험은 준비할 수 있다. 부캉이를 보러 왔다가 북항의 매력에 빠지고, 드라마 속 장면을 찾아왔다가 지역의 일상을 좋아하게 만드는 일이다. 관광정책의 성적표엔 몇 명을 불러 모았는지뿐 아니라 얼마나 머물고 소비했으며 왜 다시 왔는지도 담겨야 한다. 부캉이의 인기를 붙잡는 대신 부캉이가 알려준 북항의 매력을 남기는 것. 지금 우리 관광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