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11월07일 10시0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512조원이 넘는 자산을 굴리는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지방 이전 문제로 술렁이고 있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앞두고 주요 공제회와 한국투자공사(KIC)까지 이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업계에서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취지와 별개로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경쟁하는 금융기관까지 지방으로 옮기는 것이 얼마나 실익이 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금융기관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이전이 오히려 투자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512조 굴리는 큰손들…지방 이전에 반발하는 이유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공제회노동조합협의회와 KIC 노동조합은 지난 4일 박찬구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만나 지방 이전에 따른 금융 경쟁력 약화 우려를 전달했다. 아직 정부의 이전 대상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주요 투자기관들이 선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공제회노동조합협의회는 교직원·행정·군인·경찰·과학기술인·건설근로자·지방재정·소방공제회 등 8개 주요 공제회 노조가 참여하는 협의체다.
지난해 말 기준 8대 공제회의 자산은 약 179조원, 국부펀드인 KIC의 운용자산은 약 333조원이다. 합치면 512조원을 웃돈다. 국내외 주식·채권은 물론 사모펀드(PEF), 부동산, 인프라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자본시장 큰손들이다.
지방이전으로 인해 경쟁력이 약해진다는 우려는 이들 기관의 투자 방식에 있다. 대체투자는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단순 주문하는 방식이 아니다. 해외 운용사나 IB에서 제안하는 투자 기회를 검토하고, 법률·회계 전문가들과 위험 요소를 분석한 뒤 계약 조건을 조율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 금융회사와 관련 전문인력이 집중된 서울의 투자 네트워크가 강조되는 이유다.
실제로 주요 공제회는 전체 운용자산의 60~70%를 대체투자에 배분하고 있다. 노조 측은 지방 이전으로 인해 해외 운용사와의 접점이 축소될 경우 신규 투자 기회 발굴과 거래 성사 과정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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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만 옮기면 끝?…"금융기관 이전 실익 따져달라"
더 큰 문제는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단순히 운용자금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 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과 해외 금융회사와의 오랜 협력 관계, 적시에 투자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정보력이 모두 중요한 경쟁력이어서다.
지방 이전에 따른 우수 인력 이탈이나 신규 채용의 어려움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투자 전문인력들은 민간 운용사나 증권사 등과 같은 인력시장에서 경쟁한다. 서울 금융권과 떨어진 지역에서 이들을 확보하려면 보수와 근무 여건 등에서도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문제를 두고 금융당국과 여권에서 금융기관의 집적 효과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기관들이 한곳에 모여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경쟁력을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물론 공공기관을 지방에 배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책 목표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다만 금융기관의 경우 본사를 옮기는 것만으로 지역경제에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기관 이전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뿐 아니라 기존 투자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과 전문인력 확보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의 소재지를 바꾸는 것과 지역에 금융산업이 자리 잡도록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여서다.
KIC 노조의 경우 지방 이전 대신 기존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자본을 지역 투자사업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금융기관을 물리적으로 옮기지 않고도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국민연금도 전주로 이전한 뒤로 반복되는 인력이탈에 전문인력 확보와 근무 여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비슷한 업무를 하는 투자기관들의 지방이전 시에도 같은 어려움이 반복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