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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한국에 체류해온 미국 국적 재외동포 A씨는 2020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4차례 향정신성의약품인 엑스터시와 케타민을 사고팔거나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마약 판매자에게 돈을 입금하고 서울 강남구 모 빌라 소화전에서 담배갑 안에 숨겨진 마약을 찾아오는, 소위 ‘던지기’ 수법을 통해 엑스터시를 구매했다.
이에 A씨는 지난해 12월 9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향정)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A씨에게 강제퇴거처분을 내렸다.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제13호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사람’에게 강제퇴거명령(외국인을 그 사람의 국적이나 시민권을 가진 국가로 되돌아가도록 강제하는 명령)을 할 수 있다.
이에 A씨는 ‘금고 이상의 형’은 실형을 의미하므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에는 강제퇴거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쳤다. 또 처분서 이유 부분에 근거 법령만 담겼을 뿐, 처분의 구체적인 근거나 이유가 기재되지 않아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조 판사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해당 조항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를 그 형의 집행유예가 붙지 않은 경우로 한정해 해석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면서 “집행유예는 어디까지나 일정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제도일 뿐 형의 종류가 아니며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에 비해 강제퇴거 필요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처분서상 근거와 이유가 적시되지 않아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전통지 절차를 별도로 거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별도로 거치지 않았다고 한들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출석 조사 과정에서 처분 원인이 되는 사실 등이 알려지고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기회가 실질적으로 부여되고, 조사 과정에서 해당 관서의 장 역시 외국인의 변명을 듣고 제출된 자료를 검토해 처분에 신중과 적정을 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