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은 그동안 “안보를 더욱 튼튼하게 구축한 뒤에 여러 규제를 없애야 한다”, “접경지 중 한 곳을 군사도시로 만들고 그 외 지역 주민의 묶여 있는 재산권을 풀겠다”는 발언으로 경기북도 신설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규제개선 쪽으로 주민의 요구에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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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윤석열 당선인이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 경기 북부지역의 규제 상황은 어떨까. 경기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경기 북부는 4266㎢ 전체 면적이 모두 수도권정비권역으로 지정돼 공장 총량제 등 공업입지에 대한 규제와 함께 대학 신·증설금지, 연수시설 제한 등 규제를 받고 있다.
아울러 전체 면적의 42.8%인 1823㎢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해당 지역에선 건물의 신·증축은 물론 토지형질변경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또 11.7%인 502㎢는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 지역 내 건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과 공작물 설치, 토지형질변경 등 행위가 제한받고 있다. 9%를 차지하는 386㎢는 팔당상수원보호구역으로 제조업시설은 물론 평범한 식당조차 들어서지 못하고 물론 농·축산·양식업도 철저한 제한 속에서만 영위할 수 있다.
이러한 중첩규제가 6·25전쟁 이후부터 경기 북부지역에 점차 덧입혀진데다 수십 년간 남쪽으로만 향했던 정부의 개발정책으로 경기 남부권과 비교했을 때 경기 북부지역은 지역 발전의 척도가 될 수 있는 인구 규모와 세수, 기업현황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2.5(경기 북부)대 7.5(경기 남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치권 의지 부족…결국 대통령 손에
경기 북부지역에 집중된 규제 개혁을 위해선 윤석열 당선인이 밝힌 개선과 완화를 위한 청와대 차원의 의지가 절실하다. 직선제 대통령 선거가 시행된 1987년 13대 대선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선까지 거의 모든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중 이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해 ‘경기북도 신설’을 언급했지만 실제 당선 이후에는 하나같이 남쪽만을 바라봤다. 이 지역 국회의원들도 경기도를 남·북으로 나누는 분도 관련 법안을 수없이 내놨지만 청와대와 정부의 부족한 의지는 물론 경기북부지역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방의 지역구를 둔 의원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사장됐다.
그나마 이번 선거를 통해 새롭게 청와대의 주인이 될 윤석열 당선인은 경기북도 신설은 아니지만 경기 북부지역에 산재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사를 확실히 전하고 있어 주민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 또 올해부터 새롭게 시행된 지방자치법 개정안 역시 특별한 사유로 낙후지역의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 또한 이 지역 주민에게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허훈 대진대 행정정보학과 교수는 “차기 정부가 경기 북부지역에 수많은 규제를 한번에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지자체가 각각의 지역 특성을 활용한 발전전략을 세운다면 정부 차원에서 이를 검토해 지역별 합리적인 규제 완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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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무수히 많은 경기북도 신설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 만료로 빛을 보지 못하다 이번 21대 국회 들어 김민철(더불어민주당·의정부을) 의원이 낸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은 이전 법안에 비해 크게 발전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민철 의원은 “이번 대선 결과만을 놓고 보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서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경기 북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진행 중인 과정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며 “오는 6월 지방선거가 남아 있는 만큼 경기 북부지역의 중첩 규제 완화는 물론 경기북도 신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 경기도당위원장으로서 윤석열 후보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 김성원(동두천연천) 의원도 이 지역의 규제 완화와 경기북도 신설을 위해서 만큼은 정당을 초월해 힘을 보태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김성원 의원은 “윤석열 당선인 및 인수위원회와 논의해 경기 북부를 둘러싼 규제의 방향을 서서히 걷어내는 것을 공론화할 것”이라며 “김민철 의원과 공동으로 추진 중인 경기북도 신설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뜻을 이룰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