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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글로벌 기준에 맞는 규제 혁신’을 핵심 경제 공약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창업과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대대적으로 정비해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기업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게 기본 방향이다. 이를 위해 ‘규제기준국가제’라는 새로운 규제 혁신 모델을 도입하고, 국무총리 산하에 ‘규제심판원’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글로벌 규제 수준 그대로 적용”…新규제 프레임 도입
이 후보가 제안한 규제기준국가제는 신청자가 미국·영국·독일 등 글로벌 선도국가의 규제 사례를 제시하면, 국내에서도 해당 수준의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특별 허가 제도를 말한다. 기존 규제샌드박스의 실증특례나 임시허가 방식이 한시적이고 불확실하다는 점을 보완한 것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규제 환경을 조성해 창업과 신산업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이 후보는 국무총리 산하에 ‘규제심판원’을 신설해 기업의 규제 완화 신청부터 특례 부여까지를 원스톱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산업·금융·보건 등 분야별로 분산돼 있는 신청 창구를 통합함으로써,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보다 실용적인 제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규제샌드박스의 가장 큰 한계였던 짧은 특례 기간(최대 4년)도 보완했다. 이 후보는 특례 적용을 최대 10년까지 허용하고, 인명피해 등 발생 시 즉시 사업을 중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업뿐 아니라 산업단체·협회 등 사업자단체가 직접 규제기준국가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해 단체 소속 기업들도 별도 신청 없이 특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클라우드, 핀테크, 자율주행차, 바이오 등 첨단 산업별로 적절한 기준국가를 설정하고, 향후 5년간 법령 정비 로드맵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시행 초기에는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를 테스트하고,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제도화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재정 측면에서도 기존 규제샌드박스 운영예산과 부처별 규제개선 예산을 통합 활용해 별도 재정부담 없이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행정절차 간소화와 사업허가 기간 단축 등을 통해 민간 투자 활성화 효과가 기대되고, 중복 행정 절차 축소를 통해 정부의 규제 관리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준석 후보는 “기존 규제 개혁 논의는 매번 선언에 그치거나 부처 간 협의에 막혀 진전이 없었다”며 “규제기준국가제를 통해 글로벌 혁신 기업이 한국에서 더 쉽게 태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지방 최저임금 차등화…특수비자로 해외 인력 유입
이준석 후보는 공약집에서 눈에 띄는 경제 공약이 해외로 떠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리쇼어링 정책이다.
해외로 빠져나간 국내 기업이 울산·여수·구미·창원 등 국가산단에 복귀할 경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최대 10년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허용하고, ‘산단 전용 특수비자(E-9-11)’를 신설해 현지 인력을 국내로 유입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언어·문화 적응 교육과 생활 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해 생산성과 장기 근속률을 높이겠다는 구체적 실행 로드맵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이를 통해 산단 중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러스트벨트 해소라는 이중 효과를 노리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 적용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포함했다.
중앙정부 최저임금위원회가 기본 최저임금을 정하면, 광역지자체가 해당 금액을 기준으로 ±30% 범위 내에서 자율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의회가 지역별 생활비·주거비·기업 인건비 부담 수준 등을 반영해 실질적 임금을 설정하고, 사업장별로 근로자의 실질 근무지를 기준으로 차등 적용하겠다는 구체적 적용 기준도 담았다.
이준석 후보 측은 “지역 실정에 맞는 유연한 노동시장 설계가 필요하다”며 “생활비와 인건비 격차가 큰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획일적 최저임금은 지방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재정부담 적고 정치부담은 커…구조개혁 청사진 미비
이준석 후보의 경제공약은 대규모 예산 투입 없이도 추진 가능한 과제들이 많다는 점에서 재정건전성 문제에서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스타트업 지원, 산단 리쇼어링 인센티브, 지방 자율형 최저임금제 도입 등 주요 경제공약들은 대부분 행정조직 개편이나 법령 정비를 통해 구현 가능한 정책들이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다. 정책 대부분이 이해관계자간 갈등 조정과 입법을 동반해야 하는 과제다.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등제, 지역별 최저임금제도와 같은 민감한 정책들은 노동계와 산업계간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사안이다. 특히 노동계 반발이 거센 부문이어서 사회적 갈등을 촉발할 공산이 크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책 방향과 반대여서 협조를 얻기 쉽지 않은 사안이다.
이준석 후보의 경제 공약은 전통적인 ‘성장 vs 분배’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했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차별화 된다.
하지만 경제를 국가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 바라보는 종합적인 경제전략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다.
AI·기후기술·탄소중립 등 신성장 산업 분야의 공약은 공식 공약집에선 찾아볼 수 없고 산업 생태계 조성과 규제·세제 연계 전략은 미비하다. 세수 확대 방안, 산업간 균형 성장방안,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등 국가경제 운영을 위한 구조적 청사진은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