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바다에 달궈진 `2024년 가을`…기록적 폭설도

이영민 기자I 2024.12.06 10:07:07

기상청 올가을 기후 분석 결과 공개
필리핀 부근 대류 증가·초가을 폭염 유발
바다와 대기의 큰 기온차가 구름 형성 도와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올가을에 발생한 무더위와 폭설은 주변 바다의 높은 해수면 온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2024년 가을철 고온 관련 기압계 영향 모식도(사진=기상청)
기상청은 6일 ‘2024년 가을철 기후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가을은 9월 초부터 높은 기온으로 시작해 전반적으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이어갔다. 9월과 11월에는 많은 양의 비 또는 눈이 내리면서 평년보다 강수량이 증가했다.

이번 가을에는 역대 기록이 자주 경신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가을철 전국 평균기온은 16.8도로 평년(14.1도)보다 2.7도 높았다. 이는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대 보급된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2위인 1975년(15.4도)과 비교해도 1.4도 더 높았다. 따뜻한 가을이 한동안 지속되면서 서울은 1948년 이후 76년 만에 9월 폭염이 발생했고, 춘천은 1966년 기상관측 이래 첫 9월 열대야가 발생했다. 높은 기온이 11월 중순까지 이어지면서 첫서리, 첫얼음도 평년보다 늦게 관측됐다.

가을철 기온이 높게 유지된 원인 중 하나는 따뜻한 바다인 것으로 조사됐다. 9~11월 필리핀 부근의 대류활동이 증가하고, 이곳에서 우리나라 부근으로 이동한 공기에 의해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한동안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맑은 날씨가 계속됐다. 이렇게 따뜻해진 한반도 주변 해상과 북서태평양에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남풍에 의해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국내 기온이 높게 유지됐다. 2024년 우리나라 해역의 가을철 평균 해수면 온도는 23.6도로 나타났다. 최근 10년(2015~2024년) 평균(21.1도)보다 2.5도 높았고, 최근 10년 중에서도 가장 높았다. 해역별로는 서해의 평균 해수면 온도(22.4도)가 다른 해역에 비해 편차가 가장 컸다.

최근 10년간 가을철(9~11월) 평균 해수면온도(사진=기상청)
필리핀 부근의 대류활동은 가을철 태풍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가을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은 15개로 평년(10.7개)보다 4.3개 더 발생했다. 9월과 11월 두 차례 태풍이 동중국해상을 지나 북상했고, 한반도 주변에서 약해졌지만 태풍의 수증기가 국내로 유입돼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또 수증기를 포함한 남풍도 불어서 9~11월 강수량은 평년(266.1㎜)보다 1.5배(149.6㎜) 많은 415.7㎜를 기록했다. 10월 강수일수(11일)도 평년보다 5.1일 긴 역대 1위를 기록했다.

강한 햇볕은 따뜻한 바다뿐 아니라 11월 폭설도 낳았다. 지난달 상순과 하순에는 한반도 북쪽에서 유입되는 공기가 평소보다 덜 차가웠다. 북풍을 일으키는 대륙고기압은 지상의 기온이 낮을수록 강하게 발달한다. 그런데 11월 중순까지 몽골 주변의 눈 덮힘 영역이 이전보다 줄었고, 햇볕이 반사되지 않은 채 지면을 데웠다. 이에 따라 몽골 주변의 기온은 평년보다 1~3도 가량 높았고, 11월 중순까지 국내에 찬 바람이 덜 풀었다.

반면 11월 하순에는 영하 30도 이하의 매우 찬 공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절리저기압에 의해 국내로 유입됐다. 이 공기와 가을철까지 식지 않은 따뜻한 바다가 만나면서 온도 차이에 의한 눈구름이 강하게 발달했다. 그 결과 서울과 인천, 수원 세 지점에서는 지난달 27일에 11월 일최심신적설, 28일에는 일최심적설 최곳값을 경신했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올 가을철은 평년보다 높은 기온으로 9월에는 폭염이 발생할 정도로 더웠고, 따뜻한 기온을 유지하다가 11월 말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는 등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는 예전과는 다른 계절을 경험하고 있다”며 “최근 기후 변동성이 커진 만큼 기상청에서는 이번 겨울철에도 단시간에 급격히 발생하는 이상기후에 사전 대응할 수 있도록 기후변화를 종합적으로 감시하고 분석을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