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중합 기반 CR PET 상업화
MR 대비 품질·내구성 뛰어나
車 소재까지 확대…PBT 공략
 | | SK케미칼 성형가공 랩(Lab) 전경 (사진=박민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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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이데일리 박민웅 기자] “
화학적 재활용 페트(CR PET)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국내에서 SK케미칼이 유일하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에 따라 친환경을 강조하기 위해 CR PET을 선택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 시장 기회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지난달 28일 찾은 경기도 화성 동탄 산업단지 내 SK케미칼 성형가공 랩(Lab)은 거대한 사출기 세 대가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했다. 사출기에서는 음료용 페트병의 중간 형태인 ‘프리폼’(preform)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후 작업자가 프리폼에 공기를 주입하는 블로우 공정을 거치자 비로소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보는 투명한 음료수 페트병이 완성됐다.
 | | 사출기에서 페트병의 중간 형태인 '프리폼'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박민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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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라인을 축소해 옮겨놓은 듯한 랩은 겉보기엔 실제 공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은 실제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전 다양한 소재를 적용·평가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마지막 관문’ 역할을 한다.
강민아 SK케미칼 용도개발팀 매니저는 “성형가공 랩은 단순 연구가 아니라 실제 사용 환경을 가정한 사전 검증 성격이 강하다”며 “여러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제품이 울산공장에서 본격 양산에 돌입해 비로소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은 플라스틱 재활용을 중장기 핵심 사업으로 꼽고 해중합 기술 기반의 CR 제품을 스페셜티로 육성하고 있다. CR은 폐플라스틱을 그대로 다시 녹이는 물리적 재활용(MR)과 달리 화학 반응을 통해 분자 단위까지 분해한 뒤 다시 원료로 재중합하는 방식을 말한다. 사용 이력, 색상, 불순물 영향을 구조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 신규 플라스틱(Virgin)과 유사한 품질을 구현할 수 있다.
 | | (왼쪽부터)Virgin PET, CR PET, MR PET 제품. CR PET은 Virgin PET과 투명도가 비슷했지만, MR PET은 탁했다. (사진=SK케미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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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날 같은 조건에서 만든 MR PET과 비교하자 CR PET 진가가 여실히 드러났다. SK케미칼의 CR PET은 새 제품처럼 투명하고 깨끗했지만, MR PET은 곳곳에 노란 얼룩이 남아 탁하게 보였다. 1kg 추를 1m 높이에서 낙하시키는 내구성 테스트에서도 CR PET은 파손되지 않았지만, MR PET은 쉽게 깨졌다. 인장 시험 역시 CR PET은 새 플라스틱과 유사한 수준으로 늘어났지만, MR PET은 금세 끊어지고 말았다.
강 매니저는 “MR은 재활용을 반복할수록 색이 탁해지고 품질이 저하되는 반면 CR은 색상과 물성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며 “현재 CR PET을 상업화한 기업은 국내에서는 SK케미칼이 유일하고, 전세계에서도 우리를 제외하고는 단 한 곳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SK케미칼은 삼다수, 오뚜기, 효성첨단소재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듀몬트, 에스티 로더 등 글로벌 기업에도 CR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 | 1kg 추를 1m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낙하실험 장면. Virgin(맨 왼쪽)과 CR(왼쪽에서 두 번째)은 깨지지 않았지만, MR은 모두 파손됐다. (자료=SK케미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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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가격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다. 일반적으로 MR PET은 Virgin PET보다 20~30% 프리미엄이 붙고, CR PET은 이보다 더 높은 가격대에서 거래된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인한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Virgin PET 가격도 동반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며, CR 시장이 뜻밖의 반사효과를 얻고 있다. 강 매니저는 “원유값 상승으로 Virgin PET 가격이 올라 CR과의 가격 격차가 줄거나 일부 구간에서는 역전되는 흐름도 나타나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은 CR 사업을 자동차 등 전 산업군으로 확대하는 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내장재·타이어 코드·시트 등에 널리 쓰이는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에 CR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강 매니저는 “올해 자동차용 CR PBT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대자동차 등과 함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 SK케미칼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적용한 실제 제품들 (사진=SK케미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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