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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어린이대공원, 조선시대 국가가 운영한 목장이었다

장병호 기자I 2025.01.22 10:02:44

아차산장성 관련 시굴조사서 흔적 발견
지도로 전해진 ''살곶이 목장성'' 확인
성벽 구조, 조선왕조실록 기록과 일치
"아차산장성 실체 규명 첫 고고학적 시도"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서울 광진구에 있는 서울어린이대공원이 조선시대 국가가 운영한 목장이었다는 흔적이 나왔다.

서울 아차산장성 어린이대공원 구간 성벽 조사에서 확인된 석렬. (사진=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은 22일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가 서울 아차산장성의 실체 규명을 위해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구간에 대해 실시한 시굴조사에서 조선시대 ‘살곶이 목장성’의 흔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아차산장성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아차산장성은 서울 광진구 아차산과 동대문구 배봉산의 능선을 따라 길게 둘러쌓은 성으로 중랑천 일대에 형성된 들판인 살곶이벌을 둘러싸고 있다.

아차산장성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 처음 보고됐다. ‘대정오년도고적조사보고’(大正五年度古蹟調査報告, 1916년), ‘독도부근백제시대유적조사약보고’(纛島附近百済時代遺蹟調査略報告, 1919년) 등에 유적 현황과 분포가 기록돼 있으며 백제시대 성곽 또는 조선시대 목장성일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보물 ‘목장지도’ 중 ‘진헌마정색도’. (사진=국가유산청)
아차산장성의 실체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었으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그 성격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는 아차산장성의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지표조사(2024년 3월)를 통해 확인된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아차산장성으로 추정되는 성벽 두 곳에서 시굴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11월 4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진행한 조사 결과 조선시대 지도와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살곶이 목장성’의 실체를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살곶이 목장성’은 조선시대 말과 수레 등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사복시에서 관리하던 국영 말목장이다. 그동안 보물 ‘목장지도’(牧場地圖)에 수록된 그림 ‘진헌마정색도’(進獻馬正色圖,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와 ‘사복시 살곶이 목장지도’(司僕寺箭串牧場圖, 서울시립대학교박물관 소장) 등을 통해 서울 동대문구·중랑구·성동구·광진구 일대에 위치하고 있다고 추정돼 왔다.

서울 아차산장성 어린이대공원 구간 성벽 조사 전경. (사진=국가유산청)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목장성의 성벽은 잔존높이 약 3m, 폭 11m이며 토축부를 중심으로 일부 석축을 덧댄 구조로 확인됐다. 자연지형을 활용해 토성벽을 먼저 축조한 뒤 한 차례 이상 덧대어 쌓았다. 마지막 단계에 성 안쪽 방향으로 석축벽을 쌓아 목장 안에 있는 말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막았던 구조로 추정된다.

이는 ‘비가 내리는 철이면 토성이 무너져 말이 도망하는 일이 발생해 이를 막기 위해 한 면에 석성을 쌓았더니 말이 빠져나가는 일이 감소됐다’는 조선왕조실록(명종10년, 1555년)의 기록과도 일치한다. 성벽의 기저부와 석축 부근에서 조선시대 도기편과 자기편이 확인돼 성벽의 축조 연대도 가늠할 수 있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시굴조사의 성격상 유적의 전체적인 면모를 모두 밝힐 수는 없었지만 살곶이 목장성과 서울 아차산장성의 실체를 규명하는 첫 고고학적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는 앞으로도 백제 한성기 왕성인 풍납토성뿐만 아니라 한성백제 도성유적과 관련된 주변 지역의 조사·연구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서울 아차산장성 지표조사 현황도 및 시굴조사 대상지역. (사진=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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