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그룹 내부에서도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이자, 그룹 후계자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CEO 취임 이후 주관한 사실상 첫번째 '대형 프로젝트'가 바로 기아차 유럽공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아 슬로바키아공장의 성공여부는 그룹차원에서 진행중인 글로벌 확장전략의 성과 뿐만 아니라 그룹 후계자인 정의선 사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주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 기아차 EU 역내에 첫 공장..정의선 사장이 기획부터 완공까지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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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거쳐 9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교 대학원(경영학과)을 졸업한 후 일본 이토추 상사 뉴욕지사에 잠깐 근무했다. 이후 99년부터 현대차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정 사장은 99년 현대차 구매실장과 영업지원사업부장을 맡았고 2000년 이사, 2001년 상무, 2002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부본부장(전무)으로 승진했다.
특히 2003년엔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부사장)을 맡으면서 기아차 유럽공장 기획을 주도했으며, 2005년 기아차 사장에 오른 이후에도 슬로바키아공장 건설과 준공에 이르까지 전 과정을 직접 이끌었다.
현재 기아차(000270)는 국내사업은 조남홍 사장이 전담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사업부문과 기획·재경업무는 정의선 사장이 분담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기아차의 유럽공장은 부지매입에서 준공에 이르기까지 정 사장이 모든 사업을 관여했다.
특히 정 사장은 공사가 막바지에 들어선 작년엔 한달에 한번 꼴로 유럽에 출장을 다녀올 정도로, 유럽공장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고, 올들어서도 유럽을 수시로 방문해 슬로바키아공장 양산 1호 모델인 씨드의 생산과 마케팅 활동을 꼼꼼히 체크했다.
지난 24일 진행된 슬로바키아공장 준공식을 앞두곤 정몽구 회장 보다 하루 앞선 21일 유럽 출장길에 나서 준공식 준비상황을 빈틈없이 점검하기도 했다. 최근 슬로바키아공장을 방문한 인사들은 "기아 유럽공장 직원들이 정의선 사장의 열정에 매우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기아 유럽공장 출발이 좋다...슬로바키아 성공은 정의선 사장 재평가 계기
어찌보면 기아차로선 유럽공장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지난 해 원자재 및 환율악재 등으로 영업손실까지 발생하자 자금흐름을 둘러싸고 ‘기아차 위기론’ 마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변의 의혹을 씻어주기 위해선 대규모 자금이 투자된 슬로바키아공장이 성공적인 흐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 때문인지 현대·기아차그룹이 기아 유럽공장에 쏟는 정성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올해 유럽에서 예정된 기아차 광고비의 절반을 유럽전략형 모델인 '씨드'에 쏟아붓기로 한데다, 씨드에는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7년 15만Km 무상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렌터카업체에 대량으로 일괄 판매하는 플리트 세일(Fleet Sale) 비중도 유럽 평균치 12%보다 높은 15%로 책정했다.
마치 기아 슬로바키아공장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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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기아차가 유럽전략형 모델로 선보인 씨드가 유럽 각국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슬로바키아공장의 생산과 판매도 순조로운 진행과정을 보이고 있다.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벌써부터 기아차 유러공장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배인규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장은 "유럽 경쟁차 공장은 착공에서 양산까지 4년이 걸렸지만 기아 유럽공장은 2년 1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이 만큼 빨리 했기 때문에 투자비용 대비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배 공장장은 여기에다 "4월들어 평균 가동률이 82%에 달하고 있어, 이런 요소들을 감안할 때 기아 율버공장이 올해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JC 리벤스 기아차 유럽법인장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즉, 슬로바키아공장에서 생산중인 씨드가 이번달에만 4000대의 주문을 받았는데, 이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결과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전문가들도 기아 슬로바키아공장이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 전문가는 "기아차는 유럽공장의 생산과 판매를 활성하하는 동시에 한국의 대유럽 직수출 물량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며 "향후 기아차의 유럽 점유율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다면 정의선 사장의 입지도 그 만큼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