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음식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해답이 ‘남도 미식’ 그 자체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0일 열린 ‘2025 남도미식문화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선 정혜경 호서대학교 명예교수는 남도 미식의 역사·철학·지리적 맥락을 토대로 “남도는 한식의 원류이자 완성형”이라며 “남도 음식만의 정체성과 풍요로움을 세계에 독립적으로 알릴 수 있는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발표에서 “한류와 K-푸드 바람을 타고 전 세계로 퍼진 한식이지만, 아직 남도 음식이 단독으로 주목받는 경우는 드물다”며 “이제는 ‘K-로컬 푸드’라는 차원에서 남도를 세계에 소개할 때”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슐랭가이드 뉴욕 지부에 소개된 19개의 한식당 중 남도 기반 음식이나 브랜드를 정면에 내세운 사례는 거의 없다. “이대로라면 남도 한정식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세계인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것이 정 교수의 일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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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특히 남도 미식의 세계화를 위해선 우선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짚었다. 전라남도의 5개 시와 17개 군을 포괄하는 ‘남도’의 지역성과 식재료, 조리법, 역사, 풍속 등을 ‘남도 키친(Namdo Kitchen)’ 또는 ‘앤푸드(And Food)’와 같은 고유 브랜드로 정립하고, 이를 정책화·콘텐츠화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남도 음식은 향토 음식, 한정식, 사찰음식, 종가음식, 명인·예인 미식문화 등으로 구분되며, 단순한 ‘전통음식’이 아닌 지역 생태·문화·예술과 얽힌 복합 콘텐츠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조선시대 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 조리서 ‘도문대작’ 등에서 확인되는 발효문화의 흔적은 남도 미식이 수천 년에 걸쳐 축적된 식문화임을 보여준다.
“남도는 단순히 잘 차려진 밥상이 아니라, 전라남도라는 거대한 미식권(Megaregional Cuisine)이자 고유의 음식 철학이 담긴 문화 주체입니다. 세계는 지금 ‘지역성(Locality)’에 집중하고 있고, 남도는 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정 교수는 또 “한국 음식이 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 흐름 속에서 남도 음식은 여전히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는 김장문화와 궁중음식, 최근 사찰음식까지 등재되었지만, 남도 음식은 빠져 있다. “남도는 조리서도 없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수훈자방·귀중세화 등의 발굴을 통해 조리의 계보와 전통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발굴은 단순히 학술적 의미를 넘어서 세계화를 위한 핵심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다. 프랑스에 가면 파리를, 미국에서는 뉴올리언스를, 일본에서는 교토를 찾듯, “한국에선 이제 ‘남도’를 찾아야 한다”는 발언은 남도 미식을 세계적 관광자원으로 육성하자는 의지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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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미식’ 세계화는 지금이 적기
정 교수는 발표를 통해 남도 미식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4대 추진 전략을 제안했다. ▲남도 음식 정의 및 명확한 브랜드화 ▲식문화 아카이브 구축 ▲미식 콘텐츠 확산 및 교육 체계 구축 ▲박람회와 관광자원화를 통한 전승 시스템 마련이 그것이다.
특히 오는 10월 열리는 ‘2025 남도국제미식박람회’를 계기로 이러한 흐름을 가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람회가 단순히 먹고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미식문화의 ‘포럼’이자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며 “세계가 주목할 만한 미식 담론을 남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미식산업은 이미 지역성과 문화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경향만 보더라도, 농장 기반의 제철 식재료, 지역 고유의 조리법, 전통에 대한 재해석이 주요 평가 기준으로 떠올랐다. 남도 음식은 이 모든 기준을 이미 갖추고 있다. 한식의 세계화가 1세대였다면, 이제 남도 미식의 세계화는 2세대 전략이라는 것이다. 전남이 ‘음식의 수도’로서 국제적 식문화의 교차점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이 바로 적기라는 지적이다. .
“남도 음식은 유산이 아니라, 현재이자 미래입니다.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을 담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로 키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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