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정부와 여권은 해당 법안이 ‘주권 사항’에 해당하는 만큼 후퇴 없이 입법 절차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 인권을 개선한다는 증거가 없다”며 법안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를 설득해나갈 것이란 입장이다.
북한 인권 문제는 국제사회와의 갈등 비화를 넘어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 압박 카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우리 정부의 대응이 안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 대북전단법 추진과정에서 인권문제에 민감한 국제사회를 상대로 미리 법 취지와 남북관계의 특수성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 같은 우려를 사전에 차단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
국제사회가 해당 법안에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 논란의 쟁점을 들여다보면 대북전단(삐라) 살포 금지를 ‘법’으로 못 박은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개정된 법이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북한 인권 증진에 역행한다는 논리다. 국제사회에선 ‘표현의 자유’ 관점에서 접근,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큰 차이가 있다.
유엔이 제시하는 근거는 ‘세계 인권선언 19조’, “모든 사람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조항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관여하려는 탈북자들과 시민단체 활동에 제한을 둬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수정헌법 1조’로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다른 기본권보다도 ‘우월적 지위’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국가 안보’에 관련된 사안에 ‘표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실례로 2014년 10월 북한이 대북전단을 향해 고사포를 쏴 남북긴장을 고조시킨 점, 지난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점 등을 들어 미국과 유엔 등을 설득 중이다.
통일부와 외교부는 전면에 나서 “우리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대북전단금지법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오히려 이 법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판을 키우는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조시 로긴 외교·안보 전문 칼럼니스트가 이 법 통과를 ‘김정은 위원장을 달래기 위해 언론의 자유와 인권을 희생시킨 것’이라고 한 것 역시 이런 시각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통일부 전직 한 관계자는 “국제사회에 공감대를 얻기 위해 추진 과정에서 사전에 미리 설득했다면 좋겠지만 이미 늦은 만큼 대북전단 살포가 북측 주민 인권을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 실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점 등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적극 설명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는 지난 15일 트위터에 대북전단 금지가 “옳은 일”이라며 “전단 때문에 전쟁할 가치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쟁점② 징역 3년 형량 과해 vs 판례 고려 결정
두 번째 쟁점은 형량이다. 이 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행위,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남북합의서 위반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대북전단 금지법이 규정한 처벌 수준이 지나치다고 비판한다. 법 위반 형량을 ‘최대 3년 징역’으로 잡은 것은 “과잉금지 원칙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민주주의 주춧돌인 표현의 자유에 기반한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은 최소한으로 침입적인(intrusive) 수단이어야 한다”며 “형사처벌이 다른 법 영역을 대신해야 하는 정당한 이유를 해당 법안이 제공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지난 15일 설명자료를 내고 형사처벌 수위에 대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의 미승인 반입·반출 행위에 대한 처벌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입법부가 그동안의 국내외 판례 등을 고려해 결정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
쟁점③ 국제 기준에 맞나 vs 내정 간섭
국제법 정신과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킨타나 보고관은 “국제 인권표준은 표현의 자유가 ‘판단 재량’에 따라 평가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려면 국제 인권법에 따라 대북전단 금지법의 구체적인 필요성을 더욱 분명히 정당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보고관은 대북전단금지법 시행 전 ‘민주적인 기관’이 개정안을 재검토할 것을 권고했는데 이 발언은 우리 국회가 민주적 의견 수렴을 거치지 못했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다.
통일부가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며 공개 반박한 이유이기도 하다. 통일부는 “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민주적 논의와 심의를 통해 법률을 개정한 것”이라면서 “다수 국민을 위해 소수의 표현 방식을 최소한으로 제한했다는 것을 균형 있게 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한국 내정에 대한 훈수성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20일 서면 브리핑에서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 왜곡된 주장을 펴는 것은 동맹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에서 민주적인 논의와 심의를 거쳐 개정한 법률에 대해 자국 의회의 청문회까지 운운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라고 법의 정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 대북기조 영향 미칠까
일각에서는 대북전단법에 대한 미국 내 비판여론이 조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론한다. 과거 클린턴, 오바마 행정부 때도 집권 정부는 북한 인권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 바이든 행정부도 예외가 아니라는 얘기다.
민태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한 학술대회에서 대중 견제를 피할 수 없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걸고넘어질 경우 북한에 대해서도 비슷한 잣대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특히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가 북한 인권 문제에 매우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트럼프 미국 국무부나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어떤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북한과의 관계 개선 불씨를 이어가려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미국 워싱턴DC 사정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멈춘 뒤 북한 개방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감이 떨어지면서 북한 인권 문제가 다시 불붙는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와 미 의회는 북한 인권에 강력히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이 큰 만큼 남북 상황을 정확히 인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는 가치적 측면에서 인권을 1순위로 놓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와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 대북전단금지법이 문재인정부에 큰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와의 갈등을 관리하면서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우리 정부의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해오늘]박원순 사망 6년…고소부터 인권위 판단까지](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7/PS26070900006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