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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도시계획위원회(신속통합기획 정비사업 등 수권분과위원회 안건 포함)에 상정된 서울시 곳곳 정비사업 관련 안건은 총 31건으로 집계됐다. 앞선 지난해 9월 11건, 10월 5건, 11월 12건이었던 것과 비교해 연말 안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년동기인 2023년 12월 20건 대비해서도 11건 많은 수치다.
주요 안건들의 면면을 보면 일단 신통기획 등 정비사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온 오세훈 서울시장의 개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압구정2구역 재건축, 12월 △목동8·12·13단지 재건축 △여의도 수정·진주아파트 재건축 등은 안정적이면서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해 서울시도 공을 들였던 터, 해를 넘기지 않으려 연말 안건 처리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비업계에선 예년 연말 대비해서도 지난해 말 유독 많은 정비사업 안건이 몰린 데엔 현재 불안정한 국내 정세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권 교체시 보유세 등 부동산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등 정책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비사업 인허가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현재 서울시를 이끌고 있는 오 시장이 유력한 대권주자로 언급되고 있다는 점도 조합들이 사업 속도를 내는 배경으로 꼽힌다.
대형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윤 정부 출범 이후 정비사업 단계 축소 등 대대적인 부동산 대책을 속속 내놓았고, 오 시장 역시 과거 박원순 전 시장의 ‘35층 룰’을 폐지하는 등 이같은 정부 기조에 발맞춰왔다”며 “사실 정비사업 인허가는 인허권자인 지방자치단체장의 기조가 중요한 만큼 정권 교체 여부 자체보다 서울시장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 정비사업의 분위기가 크게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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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박 전 시장은 ‘도시재생’을 기치로 서울 내 주거용 건물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는 35층 룰을 고수하는 등 이전 오 시장이 추진했던 여러 주택 관련 사업들에 속속 제동이 걸렸다. 이를 두고 오 시장은 박 전 시장 재임 시절을 ‘잃어버린 9년’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재취임 후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이같은 35층 룰을 폐지하고 신통기획과 ‘모아주택·모아타운’ 등을 추진하는 등 정비사업 활성화에 공을 들여왔다.
이런 오 시장의 거취에 조기대선이란 변수가 생기면서 정비사업을 준비 중이던 조합들 사이 조급함이 흘러나오는 셈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연초부터 주요 정비사업 조합들 사이에서 오 시장 대선 출마시 잃어버린 9년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고 전하면서, “오 시장이 정비사업에서 공공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갖추면 인허가는 적극적으로 내줬던 만큼, 불확실성이 확대되기 전 연초부터 조합들의 인허가 속도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