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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대출, 20억원 가능합니다"…은행 막히자 ‘우회 영끌’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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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훈 기자I 2026.07.28 06: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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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주택 매물에 ‘매도인 대출 20억’ 등장
상반기 사내대출 보증 8912억…27.8% 증가
가족·사내복지 유무 따라 자금조달 양극화
당국, 총량 1.5% 유지하며 ‘핀셋 지원’ 검토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집주인 대출 20억원 가능합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크로삼성’ 전용면적 104.9㎡, 호가 73억9000만원짜리 매물에 최근 붙은 조건이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124.22㎡, 호가 44억5000만원짜리 매물에도 ‘매도인 대출 가능’이라는 안내가 달렸다. 매도인이 매매대금 일부를 빌려주고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매도인 금융’이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은행권 문턱이 높아지면서 사내대출과 가족·지인 차입에 이어 매도인 금융까지 등장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채우지 못한 주택 매입자금이 제도권 밖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다. 가족이나 회사, 자금 여력이 있는 매도인을 활용할 수 있는 계층과 금융권 대출에 의존하는 실수요자 간 자금조달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가주택 매물에 등장한 ‘집주인 대출’

27일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매도인 금융 조건을 내건 매물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경기 수원시 광교중흥에스클래스 전용 129㎡, 호가 27억2500만원짜리 매물에도 ‘매도인 대출 가능’이라는 안내가 붙었다.

매도인 금융은 매수인이 매매대금 일부를 매도인에게 빌린 뒤 소유권을 이전받고, 매도인이 채권 확보를 위해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매도인은 조건에 따라 이자 수익을 얻고 매수인은 금융권 대출로 채우지 못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매도인 금융이 재등장한 배경에는 집값과 금융권 대출한도 사이의 간극이 있다. 규제지역에서는 주택 가격이 15억원을 초과하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4억원, 25억원을 넘으면 2억원으로 줄어든다. 은행별 총량 한도까지 빠르게 소진되면서 KB국민은행은 최근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췄다. 일부 은행은 대출모집인 접수나 모기지보험 가입도 제한하고 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3일 기준 777조6086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6478억원 늘었다. 특히 주담대는 15일부터 23일까지 6영업일간 9971억원 증가했다.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잔액은 은행들의 연간 증가 목표 합계보다 약 2300억원 많은 상태다.

사내·가족 자금 활용 격차…실수요자는 ‘대출 절벽’

은행 밖으로 이동하는 주택자금은 사내대출에서도 확인된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SGI서울보증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민간기업 사내대출 보증액은 891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7.8% 증가했다. 이 중 주택자금이 6603억원으로 74.1%를 차지했다. 보증비율을 고려하면 실제 사내대출은 1조~1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사내대출은 통상 은행권 DSR과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포함되지 않는다.

가족의 자금 지원 여부에 따른 격차도 뚜렷하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부동산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강남 3구에서 주택을 산 20·30대의 증여·가족 차입 비중은 22.6%로 2024년 10.6%의 두 배를 웃돌았다. 반면 서울 외곽에서 주택을 산 20·30대의 금융권 차입 비중은 53.2%에 달했다. 증여와 차입은 성격이 다르지만, 가족 지원이나 사내 복지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금융권 대출에 의존하는 실수요자 간 격차를 보여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만 줄어든 상황”이라며 “DSR상 상환 능력이 충분한 차주까지 총량 때문에 대출받지 못하면 사내대출이나 가족 차입, 매도인 금융 등 금융권 밖의 자금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간 대출은 차주 보호 장치가 표준화돼 있지 않아 규모가 커질수록 분쟁과 부실 위험도 누적될 수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도 풍선효과를 경계하고 있지만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인 1.5%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청년·신혼부부·생애 최초 구입자 등 실수요자 대출과 중도금·잔금·이주비 등 집단대출을 총량 관리에서 별도로 취급하는 ‘핀셋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기본 기조는 유지해야 한다”며 “다만 청년·서민 실수요자나 이미 분양계약을 맺은 입주 예정자의 자금 조달 차질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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