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 AMD와 손잡고 국산 AI 반도체(NPU)의 글로벌 진입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국산 칩 판로를 확보하는 것을 넘어 CPU·GPU·NPU를 결합한 개방형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받을 수 있는 레퍼런스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MD 어드밴싱 AI 2026’ 행사에서 AMD와 ‘AI 반도체 생태계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AMD의 CPU·GPU와 국내 NPU를 연계한 이기종 AI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고, 실제 데이터센터와 AI 서비스에서 활용 가능한 사례를 만드는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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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AI 모델 학습에서는 여전히 GPU가 핵심 역할을 한다. 하지만 AI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자동차, 로봇, 공장, 병원, 스마트폰 등 현실 공간으로 확산되는 ‘피지컬 AI’ 시대가 열리면서 효율적인 추론용 반도체인 NPU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AI 경쟁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GPU를 떠올리지만, AI가 현실 공간으로 들어가는 피지컬 AI 시대에는 NPU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GPU가 초거대 AI 모델 학습을 위한 핵심 연산 장치라면, NPU는 다양한 기기에서 낮은 전력으로 AI 추론을 수행하는 데 특화된 반도체다.
배 부총리는 “메모리 반도체가 대한민국의 지난 30년을 만들었다면, AI 반도체와 NPU는 대한민국의 다음 30년을 만들 기술”이라며 “대한민국 NPU와 AMD의 CPU·GPU를 결합한 개방형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까지 함께 진출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산 NPU의 실제 시장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총 116억8000만원 규모의 공공 CCTV 지능화 사업을 통해 전국 약 1만8100대 CCTV에 국산 NPU를 적용하는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산 NPU를 AMD 생태계와 연결”…하정우의 윈윈 전략
이번 AMD 협력의 출발점은 지난 3월 하정우 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수석과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의 만남이다.
하 전 수석은 당시 “앞으로 추론형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서로 다른 종류의 AI 가속기를 동시에 활용하고 비용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최적화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며 AMD와 한국 AI 데이터센터에서 공동 연구·실증을 진행하고, 이 과정에 국산 NPU를 포함하자는 제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AMD와 국내 NPU 기업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구조다.
AMD는 엔비디아 중심 AI 반도체 시장에서 ROCm 기반 개방형 생태계를 확대할 수 있고, 국내 NPU 팹리스 기업들은 AMD 플랫폼과 결합한 실제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할 기회를 얻게 된다.
성공적인 실증 사례는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한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
ROCm·XPUaaS·인재 양성…AI 인프라 생태계 키운다
하 전 수석이 제안한 협력 모델은 단순한 칩 결합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인프라 생태계 확보까지 겨냥한다.
엔비디아가 GPU 시장에서 강력한 지위를 확보한 배경에는 CUDA(쿠다)라는 개발 생태계가 있었다. AI 반도체 경쟁 역시 칩 성능뿐 아니라 개발자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환경이 승부처가 되고 있다.
ROCm은 AMD가 AI 가속기용으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엔비디아 쿠다에 대응하는 개방형 AI 생태계다.
하 전 수석이 언급한 XPUaaS(XPU-as-a-Service)는 GPU·NPU 등 다양한 AI 가속기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차세대 AI 인프라 모델이다.
기업은 AI 작업 특성에 따라 학습에는 GPU를, 대규모 추론에는 고성능 AI 가속기를, 저전력 서비스에는 NPU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비용과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 분산 추론, 가속기 최적화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AMD와의 협력은 ROCm 생태계 확대뿐 아니라 하이퍼스케일러급 AI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 확보, 대학·연구기관 공동 연구, AI 인프라 엔지니어 양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칩 경쟁에서 생태계 경쟁으로”…국산 NPU 글로벌 도전
정부와 AMD는 CPU·GPU와 국산 NPU를 결합한 이기종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AI 반도체뿐 아니라 메모리, DPU, CXL, 네트워크, 서버, 소프트웨어 기업이 참여하는 개방형 AI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가과학AI연구센터(NAIS)를 중심으로 AI for Science 연구 협력을 추진하고, 국내에 AI 우수 연구센터(AI Center of Excellence) 설립도 추진한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이제 가장 빠른 칩을 만드는 경쟁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협력의 성패가 MoU 자체보다 실제 데이터센터 적용 사례와 글로벌 레퍼런스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국산 NPU가 AMD와 함께 글로벌 AI 컴퓨팅 환경에서 검증 사례를 만들고 개방형 AI 인프라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한국은 AI 반도체 소비국을 넘어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