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예고해도 적발된다고?″…이번엔 달랐다

정재훈 기자I 2020.12.09 11:00:00

경기북부경찰, 7일 밤 수도권1순환로서 단속
차량 13대 · 인력 45명…라바콘도 150개 설치
1500대 차량 단 한대도 빼놓지 않고 음주측정
경찰 ″이런 경우는 경찰생활 중 이번이 처음″
″국민들 경각심 높아…이런일 더 자주 있기를″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그 어떤 음주운전 근절 홍보와 단속 예고에도 어김없이 나오는 것이 음주운전자죠. 그런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술을 마시는 회식 등 모임 문화가 많이 줄어든 것은 물론 국민들이 갖는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는 지난 7일 밤 두 시간에 걸쳐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의정부 방향 불암산TG에서 일제 음주단속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단속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음주운전 처벌 수치인 혈중알콜농도 0.03% 이상이 나온 운전자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죠. 훈방 수치인 0.02%의 운전자 한 명 나온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를 두고 강현우 경기북부경찰 고속도로순찰대장은 “경찰 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많이 현장 음주단속을 나가봤지만 언론은 물론 여러 홍보매체를 통해 단속 예고를 한다 해도 이번 단속처럼 단 한명의 처벌 수치 음주운전자가 적발되지 않았던 사례가 없었다”며 “국민들이 음주운전의 심각성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기자는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지난 10월29일 관할 지역에서 일제 음주단속을 실시한다는 내용으로 `예고해도 적발되는 사람은 꼭 있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한 바 있습니다. 인터넷 기사에는 이런 제목을 단 기자를 비난하는 댓글도 있었죠.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단속 결과 13명의 음주운전자가 적발되고 6명은 면허취소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중 최고 혈중알코올농도는 0.156%나 됐습니다. 기자는 안타까운 마음에 `단속 예고했는데…`라는 제목으로 후속 기사를 작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7일 밤 9시부터 11시까지 진행한 음주운전 단속 현장.(사진=경기북부지방경찰청 제공)
지난달 12일과 26일 실시한 단속에서도 각각 10명과 7명이 적발됐다.

이런 학습효과 때문인지 이번 7일 밤 단속을 앞두고는 `예고해도 적발될까?`라는 제목으로 경찰의 고속도로 음주단속 예고기사를 작성했죠. 그러나 경찰의 바람이 통한 것일까요. 이번 단속에는 적발 제로(0)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던 것이죠.

지난 10월 23일 창설한 경기북부고속도로순찰대의 첫 일제 단속인 만큼 경찰도 단속에 소홀할 수 없었습니다. 단속에는 경찰차 10대와 고속도로관리 차량 3대에 경찰관 39명, 민자고속도로 운영사 직원 6명 등 총 45명이 투입됐습니다. 단속이 실시되는 구역 앞쪽으로는 차량 서행을 유도하기 위해 150여개의 라바콘도 설치했습니다. 경찰은 밤 9시부터 11시까지 2시간 동안 이곳을 통과한 약 1500대의 차량 단 한 대도 빼놓지 않고 단속을 실시했습니다.

평상시 고속도로 상 음주운전 단속의 경우 고속으로 달리는 하이패스 차로에서는 사고 위험 등을 우려해 단속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엔 총 4개 하이패스 차로 중 2차로를 막고 2개 차로에서 단속을 실시할 정도로 철저하게 진행했습니다.

여러 방송사에서도 현장을 취재하러 왔지만 적발 사례가 나오지 않자 약 1시간 취재를 진행하고 현장을 떠났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음주운전 적발 사례가 없다보니 현장에선 이렇다할 에피소드도 없었습니다.

경기북부경찰은 관할 경찰서가 주관해 매주 2회 이상 전 경찰서 동시에 일제단속을 진행합니다. 또 경찰청이 주관해 2주에 1회 전 지역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순영 경기북부경찰청 교통안전반장은 “단속을 펼쳐 단 한 명의 음주운전자도 적발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며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더욱 자주 벌어질 수 있도록 국민들이 음주운전 근절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정 반장의 당부가 헛된 바람이 되지 않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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