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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랩스 대해부①] 5G 엔지니어는 왜 '반지'를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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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권 기자I 2026.10.20 0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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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6년10월15일 07시0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통신 기술은 원래 신호 처리 기술입니다. 생체 신호를 처리하는 데도 똑같이 쓰입니다."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는 창업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스카이랩스(386380)는 지난 9월 4일 코스닥에 상장한 반지형 커프리스(Cuffless) 혈압계 기업이다. 팔에 감는 커프 없이 반지만 끼면 24시간 혈압을 잰다. 팜이데일리는 이 대표 인터뷰를 바탕으로 스카이랩스의 창업 배경과 기술, 상장 이후 전략을 세 편에 걸쳐 짚어본다.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가 팜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스카이랩스)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가 팜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스카이랩스)




통신 엔지니어, 생체신호에서 답을 찾다



이 대표는 인하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를 졸업했다. KAIST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삼성전자 DMC연구소에서 5G 이동통신 기술을 연구했다. 신호처리 기술 개발 경력만 16년이 넘는다.

그가 주목한 것은 기술의 '범용성'이었다. 디지털 신호처리는 이동통신과 무선통신의 기반 기술이다. 같은 원리가 맥파 같은 생체신호 분석에도 적용된다.

이 대표는 "신호 처리의 기본 기술은 다 똑같다"며 "의료계가 아직 풀지 못한 숙제에 그 기술을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해온 신호 처리 기술을 의료계가 요구하는 제품으로 고도화한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2015년 9월 스카이랩스가 문을 열었다. 첫 타깃은 부정맥, 그중에서도 심방세동이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연속 모니터링 수요가 가장 큰 질환이어서다. 이 대표는 "심장이 뛰는 리듬을 빠짐없이 장시간 봐야 하는 질환이 부정맥"이라며 "가슴에 패치를 붙여 모니터링하는 것도 그런 이유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폼팩터로 반지를 고른 이유도 있었다. 광센서로 맥박을 잴 때는 손가락 끝에 가까울수록 정확도가 높다. 손목시계보다 반지가 유리한 셈이다.

초기 성과는 해외에서 먼저 나왔다. 스카이랩스는 2017년 바이엘의 디지털헬스 액셀러레이터 '그랜츠포앱스' 최종 4개 팀에 뽑혔다. 61개국에서 450여 팀이 지원한 프로그램이었다. 스카이랩스는 지원금 5만유로를 받고 독일 베를린 바이엘 본사에 입주해 멘토링을 받았다. 2018년부터는 독일 샤리테 병원과 공동 임상 연구를 진행했다. 유럽심장학회 디지털헬스 부문에서는 2년 연속 우승했다. 2019년 투자에 나선 벤처캐피털은 스카이랩스의 광센서 신호처리 기술이 혈압 등 다른 생체정보 분석으로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을 투자 이유로 들었다. 혈압계로의 확장은 이때부터 예고된 셈이다.

반지형 심방세동 탐지기 '카트(CART)'는 이렇게 다듬어졌다. 2020년 공개한 '카트원'은 의사의 심방세동 진단과 99% 일치도를 보였다고 회사는 밝혔다. 당시 이 대표는 진료실 안이 아닌 '병원 밖 만성질환' 관리를 회사의 관심사로 꼽았다. 짧은 진료 시간만으로는 진단이 어려운 질환을 일상에서 연속 측정하겠다는 구상이다.



부정맥 반지의 교훈…'병원 먼저'로 선회



문제는 판로였다. 카트원 플러스는 2021년 초 판매를 시작했다. 2022년 2월부터는 종근당의 온라인 채널 등을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도 팔렸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못 미쳤다. 제품은 결국 단종됐다.

이 대표는 실패 원인을 '순서'에서 찾았다. 의료기기는 병원에서 먼저 쓰이고 가정으로 옮겨가는 게 정석이라는 것이다. 지금 집에서 쓰는 가정용 혈압계도 병원에서 출발했다.

이 대표는 "새 제품을 가정용으로 먼저 팔면 마케팅에 노력과 돈을 어마어마하게 써야 하지만 파급 효과는 크지 않다"고 했다. 그는 "기존에 없던 혁신 제품을 B2C로 먼저 파는 건 정말 어렵다"며 "마케팅 비용을 몇백억, 천억원씩 쓰면 되겠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예로 든 것은 혈압계·혈당계·체온계다. 소비자가 이름을 떠올리는 B2C 의료기기는 사실상 이 셋뿐이다. 체온계는 브라운, 혈압계는 오므론이 대표적이다. 혈당계는 국내에서 아이센스 제품을 많이 쓰고, 연속혈당계는 애보트와 덱스콤이 이끈다. 이 대표는 "그 회사들도 B2C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병원에서 쓰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넘어오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심전도라는 표준 기술이 있었던 점도 걸림돌이었다. 부정맥 반지가 병원에 들어갈 틈이 좁았던 셈이다.

이 때문에 스카이랩스는 방향을 틀었다. 병원에서 가장 많이 쓰는 의료기기를 찾았다. 답은 혈압계였다. 이 대표는 "모든 병원이 혈압을 잰다"며 "기존 제품과 동등성을 갖춘 커프리스 혈압계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혈압 측정 기술은 창업 초기부터 갖고 있었다. 순서를 바꿔 주력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부정맥 사업은 정리하면서 그 사이 커프리스 혈압계 개발에 힘을 실었다. 산소포화도 측정 기술도 이 기간에 개발과 임상을 마쳤다.

부정맥 기술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불규칙한 맥파를 잡아내는 리듬 측정 기능은 현재 혈압계 제품에 함께 들어가 있다.

시장성도 컸다. 이 대표는 "혈압계는 굉장히 보편적인 시장"이라며 "3명 중 1명은 살면서 고혈압을 앓게 된다"고 강조했다. 혈압계·혈당계·체온계처럼 누구나 아는 의료기기 시장에 들어가겠다는 계산이다.

결과는 2023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로 이어졌다. 같은 해 6월 대웅제약과 국내 판권 계약을 맺었다. 2024년 6월에는 건강보험 급여도 적용됐다. 반지형 혈압계로는 처음이다.

긴 인허가 기간은 투자자들이 함께 버텼다. 스카이랩스는 2019년 시리즈A 80억원, 2021년 시리즈B 225억원, 2023년 시리즈C 207억원을 유치했다. 세계 혈압계 1위 오므론의 투자사 오므론벤처스도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했다. 지난해 프리IPO 브릿지 투자에서는 2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투자업계에서는 인허가 전까지 매출을 내지 못해 회사 존속이 불투명했던 시기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정맥 반지에서 얻은 교훈이 지금의 스카이랩스를 만든 셈이다. 창업 11년 만인 지난 9월, 회사는 코스닥 상장이라는 첫 결실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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