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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밤은 갔지만… 잔나비, 더 뜨거운 무대로 금의환향[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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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백 기자I 2026.10.25 23: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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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7개 도시 순회 마치고 케이스포돔 귀환
최정훈 열창·김도형 기타 퍼포먼스 압권
불꽃·떼창·점프… 록페 못지 않은 분위기
“태어나 처음 맞는 열기”…팬들과 피날레

[이데일리 윤기백 기자] 뜨겁고도 찬란한 가을밤이었다. 잔나비의 노래에 수천 명의 관객이 목청껏 화답했고, 공연장은 거대한 록 페스티벌이 됐다. 때로는 거칠게 몰아치고 때로는 가슴 뭉클한 여운을 남긴 무대. 아시아 7개 도시를 누비고 금의환향한 잔나비는 열정과 낭만이 공존하는 무대로 케이스포돔을 물들였다.

잔나비(사진=페포니뮤직)
잔나비(사진=페포니뮤직)
24~25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에서 열린 잔나비의 아시아 투어 파이널 ‘스웨트 앤 스타더스트’(SWEAT & STARDUST)는 제목 그대로 땀과 열정으로 가득했다. 잔나비는 지난 6월 타이베이를 시작으로 홍콩·도쿄·싱가포르·방콕·쿠알라룸푸르·자카르타 등 아시아 7개 도시를 순회했다. 서울 공연은 그 여정을 마무리하는 자리로, 3시간 동안 30여 곡을 라이브로 열창했다.

첫 곡부터 후끈…“태어나 처음 맞는 열기”

공연 시작 전부터 기대감이 고조됐다. ‘왓츠 업’(What‘s Up)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조명이 하나둘 꺼졌다. 파란 레이저가 공연장을 가로지르며 공연 타이틀을 수놓았다. 장막이 걷히자 최정훈이 무대 바닥을 기어 마이크를 향해 다가갔다. 그가 마이크를 움켜쥐고 일어서자 거대한 함성이 터졌다.

첫 곡은 ’작전명 청-춘!‘이었다. 힘찬 밴드 사운드에 맞춰 관객들이 손을 흔들었다. 노랫말 속 ’청춘‘이라는 단어가 울려 퍼지는 순간 꽃가루가 쏟아지고 불꽃이 솟구쳤다. 푸른 레이저까지 천장을 수놓으며 화려한 오프닝을 완성했다.

잔나비(사진=페포니뮤직)
잔나비(사진=페포니뮤직)
’플래시‘(FLASH)에서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청량한 보컬을 뽐냈다. 번개를 형상화한 영상이 음악의 역동성을 더했다. ’아 윌 다이 포 유‘(I Will Die For You)의 전주가 시작되자 객석은 다시 들썩였다. 기타를 멘 최정훈은 김도형과 등을 맞댄 채 연주하며 록밴드 특유의 에너지를 발산했다. 머리 위로 손을 들어 호응을 이끌고, 마지막 음을 길게 끌며 환호를 즐기는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분위기는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짧지 않은 우리 함께했던 시간들이 자꾸 내 마음을 가둬두네‘에서 다시 반전됐다. 서정적인 도입부는 강렬한 밴드 사운드와 함께 절정으로 치달았다. 붉은 조명과 불꽃이 무대를 뒤덮었다. 최정훈은 의자 위에 올라 관객의 호응을 이끌며 재치 있는 몸짓을 더했다. ’투게더!‘에서는 힘찬 카운트와 함께 축포가 터졌고,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후렴을 합창했다.

오프닝부터 다섯 곡을 쉼 없이 소화한 잔나비는 벌써 땀에 흠뻑 젖었다. 최정훈은 “태어나서 처음 맞는 열기”라며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감격했다. 김도형도 관객을 향해 손으로 하트를 만들었다. 최정훈은 “처음부터 뜨거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세 배는 더 뜨겁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서 흘리는 땀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공연 제목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화려한 연출 속…보컬과 밴드 사운드의 조화

화려한 연출 속에서도 중심에는 음악이 있었다. ’나의 기쁨 나의 노래‘에서는 최정훈이 홀로 조명을 받으며 노래했다. 앞선 곡들에서 보여준 격정적인 퍼포먼스와 달리 호소력 짙은 목소리만으로 공연장을 채웠다.

잔나비(사진=페포니뮤직)
잔나비(사진=페포니뮤직)
’전설‘에서는 기타를 연주하며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순간적으로 악기 소리가 잦아들자 최정훈의 목소리가 날것 그대로 터져 나왔다. ’나쁜 꿈‘에서는 날카로운 보컬과 강렬한 밴드 사운드가 맞물렸다. 반면 ’새 어둠 새 눈‘과 ’위시‘(Wish)에서는 의자에 앉아 차분하게 노래를 풀어냈다. 절제된 보컬로 긴장감을 쌓다가 결정적인 순간 폭발시키는 방식이었다. 신시사이저를 비롯한 다양한 악기 소리도 음악적 쾌감을 더했다.

새소리와 함께 시작된 ’잭 케루악‘에서는 목소리에 집중하게 하는 여백의 미가 돋보였다. ’밤의 공원‘에서는 돌출무대로 나온 최정훈이 푸른 조명 아래 목에 핏대가 설 정도로 열창했다. ’여름에 관한 무용담 I‘은 한 편의 행위예술 같았다. 관객의 박수에 박자를 맞추며 노래했고, 후반부에는 내레이션을 더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에서는 공연장이 한층 낭만적인 공간으로 변했다. 최정훈이 “감사합니다. 오늘을 기억해주세요”라고 말하자 관객들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천장의 미러볼이 반짝이며 복고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관객들은 두 팔을 천천히 흔들며 노래에 빠져들었다. 미러볼에서 쏟아지는 빛과 최정훈의 깊은 목소리가 어우러진 장면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김도형은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공연은 그날의 기운에 따라 달라지는데 오늘 기운이 너무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정훈 역시 “독기를 품고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잔나비(사진=페포니뮤직)
잔나비(사진=페포니뮤직)
이후 ’오 서울 시티‘에서는 관객과 노래할 구간을 나눠가며 합창을 이끌었다. ’홍콩‘(HONG KONG)에서는 중국풍 영상과 독특한 리듬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최정훈이 관객들에게 끈적한 춤을 추라고 독려하자 웃음과 환호가 터졌다. 잠깐의 재정비 시간조차 무대 아래에서 체력을 보충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유하며 공연의 일부로 만들었다.

누워서 기타, 객석 속으로…땀과 별빛의 피날레

재정비를 마친 잔나비는 ’굿 보이 트위스트‘(Good Boy Twist)로 다시 질주했다. 재치 있는 그래픽과 경쾌한 리듬에 관객들은 익숙하게 떼창으로 화답했다. ’애프터스쿨 액티비티‘에서는 커다란 에어볼이 객석으로 날아들었다. 관객들은 공을 이리저리 밀어주며 온몸으로 음악을 즐겼다.

’꿈나라 별나라‘, ’알록달록‘, ’정글‘로 이어지는 메들리에서는 공연장이 거대한 놀이터로 변했다. 최정훈과 김도형은 무대 양쪽에서 경쟁하듯 호응을 이끌었다. 최정훈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무대를 가로질러 달렸다. 관객들은 일제히 뛰고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끝난 듯했던 음악이 다시 고조되면서 열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왓츠 업‘에서는 가수와 관객이 하나가 됐다. 최정훈이 선창하면 객석에서 거대한 합창이 되돌아왔다. 관객들은 노래에 맞춰 일제히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까지 선보였다. 화면에는 해당 동작을 그림으로 표현한 안내가 등장해 재미를 더했다.

잔나비(사진=페포니뮤직)
잔나비(사진=페포니뮤직)
김도형의 기타 퍼포먼스도 압권이었다. 몸을 뒤로 젖힌 채 연주하더니 급기야 바닥에 누워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꽹과리까지 등장하며 흥을 돋웠다. 최정훈은 마지막 남은 힘까지 쏟아내는 듯 열창한 뒤 무대에 쓰러지는 익살스러운 연기로 웃음을 안겼다. 록밴드의 거친 에너지와 잔나비 특유의 유쾌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모든 소년 소녀들 3: 글로리‘에서는 최정훈이 직접 객석으로 향했다. 관객들 사이를 누비며 노래하는 모습에 함성이 커졌다. 무대와 객석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진 순간이었다.

또 하나의 명장면은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였다. 최정훈의 노래에 맞춰 수많은 관객이 휴대전화 불빛을 켰다. 작은 불빛들이 모여 공연장은 별이 가득한 우주로 변했다. 앞서 불꽃과 레이저가 만들어낸 화려함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었다. 최정훈은 “최고의 공연이 완성됐다”며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피날레도 화려했다. 최정훈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한 ’모든 소년 소녀들 1: 버드맨‘을 시작으로 ’모든 소년 소녀들 2: 무지개‘, ’오버 더 레인보우‘, ’외딴섬 로맨틱‘, ’블루버드, 스프레드 유어 윙스!‘가 잇달아 펼쳐졌다. 앙코르에서는 ’미아의 추억과 유니버스‘와 ’가을밤에 든 생각‘을 선보였다. 쉼 없이 달려온 공연은 다시 잔나비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으로 돌아와 긴 여운을 남겼다.

잔나비와 구닥다리 영웅들(사진=페포니뮤직)
잔나비와 구닥다리 영웅들(사진=페포니뮤직)
이날 공연은 잔나비의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록과 포크, 재즈와 복고풍 팝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자신들만의 색깔을 잃지 않았다. 강렬한 사운드와 섬세한 감성을 교차시키며 공연의 완급을 조절했고, 관객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무대의 일부로 만들었다.

첫 아시아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잔나비는 한층 단단해진 라이브 역량과 무대 장악력을 보여줬다. 전날에는 발라드로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졌다면, 이날은 음악에 대한 열정과 땀으로 케이스포돔을 채웠다. 무대 위에서 흘린 땀과 객석에서 쏟아진 함성이 만나 오래도록 기억될 청춘의 한 페이지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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