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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헌법 위 존재' 착각…애초 지도자 자질·능력 없어"

한광범 기자I 2025.01.20 12:05:00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①]김부겸 전 국무총리
"법치 내세우더니 가족 예외…수사거부 안 부끄럽나"
"국민 엄청난 고통 겪고 있는데 무책임 태도로 일관"
"'尹 비호' 與, 무책임…지지층 결집하면 없던일 되나"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중구 이데일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정치인으로서 훈련받을 기회가 없었고, 온 국민의 삶을 좌우한다는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도 없었던 것입니다. 최고지도자가 될 자질·역량도 없었고 정치인으로서 훈련까지 전혀 안 됐던 것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주자 중 한 명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불법적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 추락 원인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평가했다.

김 전 총리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시스템인 민주주의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민했거나 훈련이 됐다면 그렇게는 못 했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자리를 감당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짐을 지고 가게 되는지에 대한 기본적 고민도 없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는 대한민국이 무너질 수도 있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이를 통해 민주주의라고 말은 하기 쉽지만 이를 내면화하고 신념체계로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것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윤 대통령을 보면서 절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된 후 야당과 국회를 대하는 태도, 국민의힘 운영 행태를 보면 민주주의 가치가 전혀 내면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이 헌법 위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데 제동장치 없이 권력 남용을 이어가다 이런 비극을 맞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윤 대통령의 자기부정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부정부패 일소 이미지로 대통령이 됐는데 결국 그 원칙에서 자신 가족과 측근들은 예외였다”며 “국민들이 분노할 정도로 배우자 김건희 여사 등의 문제가 터졌음에도 일관되게 다 피해 갔다”고 힐난했다.

◇민주당 비례 후보 거론됐던 尹, 부정선거 음모론

그는 “이번 사태는 대통령 본인만이 대가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비상계엄 이후 대한민국 전체가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국민 자산가치 하락은 물론 증시 폭락, 자영업자 고통 등 우리나라 전체가 고통을 겪고 있다. 국민 고통을 생각하면 이렇게 무책임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과거 민주당 정권에서 승승장구했던 인물이다. 민주당 인사들은 당시 윤 대통령을 ‘정의로운 검사’의 상징처럼 평가하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팀장을 맡으며 정권에 미운털이 박혀 한직인 대구·대전고검 검사로 전전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중구 이데일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민주당 내부에선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좌천돼 있던 윤 대통령을 비례대표로 영입하자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한직을 떠돌던 윤 대통령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팀 수사팀장을 맡은 후 문재인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등으로 영전을 거듭했다.

김 전 총리도 윤 대통령의 대구고검 근무 시절 교류를 했다. 그는 ‘과거 윤석열과 최근 윤셕열을 비교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선 “그때는 본인이 검사라는 데에서 오는 당당함이 있었다면 최근엔 수사를 받아서 그런지 당당함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맹신하고 있는 모습에 대해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전 총리는 “우리나라는 전자투표가 아닌 종이투표를 한다. 이를 개표해서 선거결과가 나오는 만큼 해킹을 통한 선거조작은 불가능하다”며 “엉터리 주장에 매료돼 있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취임식에도 극우 유튜버를 초청했다는 보도가 있던데, 부정선거 음모론 세계관에 빠져 있는 것에 더해 명태균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무속인들과의 관계 등을 보면 정신세계가 그만큼 기본도 안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피의자 이전에 대통령, 국민들에게 범죄 사과해야”

그는 비상계엄에 가담한 군경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기소된 상황에서도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 전 총리는 “정치적,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음에도 대통령으로서의 최소한도의 자기 약속을 다 깨버렸다”며 “그 자체로 초라하지만 국민들이 속으로 얼마나 부끄럽겠나”고 반문했다.

대통령경호처를 앞세워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자칫 국가기관 간 충돌이 일어날 뻔했던 상황이었다. 그나마 더 큰 불상사 없이 본인이 연행되고 체포됐지만, 불상사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생각만 하면 아찔하다”고 비판했다.

김 전 총리는 “누구나 방어권이 있으니 수사와 탄핵심판을 받는 태도에 대해선 일일이 지적하지 않겠지만,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법치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했던 엄청난 범죄행위에 대해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분노와 억울함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참고 있는데, 대통령의 모습에선 사과의 태도가 전혀 보이지 않아 기가 막히다”고 일갈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와 법원의 영장마저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수적 법관 출신들이 대다수인 헌법재판소에서 대해서도 “편향적”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공당으로서 정말 무책임하다. 우리사회가 합의한 민주주의 가치와 헌정질서가 무너진 사건인데, 책임을 묻지도 않고 있다.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도 좋다는 것인가”라며 “보수정당이라면 법치와 민주주의가 보수 가치의 기본인데, 이 국면에서도 자신들 지지층이 결집하면 없었던 일처럼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빨리 정신 차리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 민생이 어려운 이 상황에서 국정 안정을 위해,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며 “아직도 여당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책임감 있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국민의힘으로서도 탄핵의 강은 넘어야 국민들에게 차기 대선 경쟁이든 뭐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이번 사태에 대해 엉거주춤한 태도를 보이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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